“문준경” “이판일”… 6·25 때 순교 165명 호명, 한반도 평화 기도

입력 2020-06-25 00:02
한기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왼쪽 네 번째)과 총회 관계자들이 24일 전남 신안군 증도의 문준경 전도사 묘소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한국성결신문 제공

문준경(1891~1950) 전도사는 전남 신안군 일대에서 사도 바울과 같은 인물이다. 1927년 회심한 뒤 신안을 중심으로 다도해의 섬들을 돌면서 복음을 전하고 진리·중동리·대초리·방축리 교회 등을 설립했다. 50년 10월 증동리교회 근처 바닷가에서 공산당원들에 의해 순교했다. 섬 주민들에게 열성적으로 기독교를 전파했다는 죄목이었다.

신안군 증도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에서 24일 오전 열린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제114년차 신임총회장 헌신예배는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기채(중앙성결교회 목사) 총회장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나라와 복음을 위해 순교한 이들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로 특별한 취임예배를 기획했다.

한 총회장은 6·25전쟁 당시 교단에서 순교한 165명을 호명하며 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순교자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를 때마다 한 총회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헌신예배에는 전국에서 모인 114명 농어촌 목회자들이 함께했다. 한 총회장은 어렵고 척박한 환경에서 오랜 기간 목회하며 지역에 뿌리내리고 선한 영향력을 끼친 목회자들을 섬긴다는 취지로 이들을 초청했다.

한 총회장은 “생각해보면 농어촌에서 우리 교단 순교자들이 많이 나왔다. 농어촌 지역을 섬기는 목회자들은 순교의 피를 이어받은 분들”이라며 “농어촌 목회자들을 존경한다. 순교 정신으로 헌신하며 성결교회의 위상을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교단 발전과 화합, 농어촌지역 복음 전파 등을 위해 기도했다. 한 총회장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복음 앞에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농어촌 목회자들은 한 총회장과 고영만 부총회장, 박성철 신길교회 원로장로 등이 후원한 양복, 셔츠, 넥타이, 화장품 등을 선물로 받았다.

총회장 헌신예배와 함께 진행된 총회임원 순교지 순례는 23일 신안군 임자진리교회(이성균 목사)를 시작으로 24일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관장 김헌곤 목사), 전북 정읍 두암교회(홍용휘 목사), 충남 논산 병촌교회(윤영수 목사)를 방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임자진리교회는 이판일 장로 등 48명의 성도가 순교한 교회다. 유족인 이인재 목사는 아버지와 가족을 죽인 사람들이 처형당할 위기에 있을 때 모두 용서하고 풀어줬다. 두암교회는 윤임례 집사 등 23명의 성도가 순교한 교회로 올해 기성 전주지방회를 중심으로 순교70주년기념사업이 진행된다. 병촌교회는 학생과 유아를 포함해 성도 66명이 순교한 곳이다.

기성 제114년차 총회는 중점사업의 하나로 주요 순교지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성결교회의 순교 영성을 널리 알릴 방침이다. 탈북민을 위한 교회 설립도 추진한다. 교단 관계자는 “이 땅의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보수 교단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