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대선 직전이면서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이 겹치는 10월 중 미국을 겨냥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진단이다. 그는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반도 전문가 가운데 1명으로 평가받는다. 20년 넘게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뤘다.
국민일보는 23일(현지시간) 클링너 선임연구원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이를 시작으로 북한의 도발로 위기가 고조되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미국 전문가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게재한다.
-지난 13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아마도 10월에 깜짝 놀랄 일(October surprise)이 생길 수 있다”며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기습 도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10월을 특별히 지목한 이유는.
“북한은 미국 대선을 거론하며 미국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11일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지 말라’면서 ‘그것이 코앞에 이른 대선을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할 경우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공을 외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10월 10일이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이라는 점도 변수다. 북한이 이 타이밍에 맞춰 미국을 겨냥한 도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도발을 감행하거나 한국에 대한 도발 수위를 높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 같은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 위기가 크게 고조됐던 2017년 8월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예방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이 걸린 11월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를 파괴시킬 수도 있는 전쟁을 시작하는 위험을 떠맡는 것을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 압력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불행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협상에 임하는 미국 측 협상가들에게 이익을 추구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많은 전문가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주독미군 감축 결정을 내린 것처럼 주한미군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북한의 최근 도발로 분담금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수용하거나 대북 제재에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러한 모든 시도는 북한의 정치·경제 개혁을 유도하지 못할 것이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군사적 호전성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대북 제재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들에 대한 대답이다. 이 같은 행동들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 대북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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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