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무역체계를 조율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에서는 세 번째이자 세계 최초의 여성 WTO 사무총장 도전이다. 유 본부장은 다자무역체제를 회복하기 위해 WTO 회원국 간 대립각을 중립적으로 다룰 ‘중견국’ 대표가 필요하다는 점을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유 본부장은 24일 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한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정부가 WTO 차기 사무총장 후보자를 낼지 내부 검토를 해왔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출마를 확정했다”며 “제네바대표부를 통해 WTO 일반이사회 의장 앞으로 입후보 의사를 공식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미·중 무역갈등과 패권주의가 심화하면서 전 세계 자유무역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고자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WTO의 협상 및 분쟁 해결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는 데 유 본부장이 적임자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는 “위기에 처해 있는 WTO 교역질서 및 국제공조 체제를 복원하고 강화하는 것이 한국 경제와 국익 제고에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한국의 높아진 위상과 국격에 맞게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특히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무역갈등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 중견국이기 때문에 다른 WTO 회원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더라도 공통된 규범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는 게 한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주요국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면서 중견국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당선 이후 WTO 협상 기능을 복원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는 “분쟁해결제도, 전자상거래 등 국제규범의 재정비가 시급한 분야에서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며 “특히 내년에 개최될 WTO 차기 통상장관회의에서 전자상거래 및 수산보조금 협상에서 성과를 내 WTO의 신뢰성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는 ‘후보 등록→선거운동→회원국 협의’ 순으로 진행된다. 회원국 협의 과정에서 지지도가 낮은 후보부터 탈락시키고, 이 절차를 반복해 최종적으로 단일 후보를 뽑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후보자 등록기간 이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무총장 공백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