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혼인 건수가 통계 작성 이래 39년 만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도 5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가뜩이나 결혼 기피 풍조와 저출산이 심각한 한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올해 한국의 인구가 자연감소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혼인 건수는 1만5670건으로 1년 전보다 4356건(21.8%) 감소했다.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4월 혼인 건수로는 역대 최저다. 앞서 3월까지만 해도 혼인 건수는 1만9359건으로 1년 전에 비해 190건 감소에 그쳤지만, 4월 들어 감소 폭은 역대 최대로 커졌다. 시·도별로 봐도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확산하면서 결혼식이나 혼인 신고를 대대적으로 연기한 탓으로 풀이된다. 4월에 총선(15일) 석가탄신일(30일)이 있어 혼인 신고 가능 일수가 감소한 것도 한 원인으로 통계청은 지목했다.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과 청년 취업난 등이 겹치면서 혼인 건수는 매년 감소 추세다. 2015년만 해도 매년 30만건을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23만9159건으로 줄었다. 올해는 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기 울음소리도 이미 끊긴 지 오래다. 4월 출생아 수는 2만3420명으로 1년 전보다 2731명(-10.4%) 감소했다. 출생아 수 감소는 2015년 12월 이후 53개월 연속 감소 기록을 이어갔다. 출생아 수 역시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감소했다.
특히 최근 들어 감소 폭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9~12월까지만 해도 국내 출생아 수 감소세는 -7.5%(9월), -3.2%(10월), -6.2%(11월), -7.2%(12월) 등 한 자릿수 비율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1월에 11.6% 감소하고, 2월과 3월에도 각각 11.5%, 11.0% 감소하는 등 넉 달 연속 두 자릿수 비율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4월 사망자 수는 2만4628명으로 1년 전보다 791명(3.3%) 늘었다. 사망자 수는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연속 증가세다. 인구 고령화 영향으로 사망자 수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사망자 수는 26만7692명이었지만, 2018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9만명을 넘었다.
출생아는 감소하는데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인구는 자연 감소하고 있다. 4월 들어 인구는 1208명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의 인구는 6개월 연속 순감(純減)을 기록했다. 이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초다. 2016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인구는 매년 12만명 이상 자연증가를 기록했지만 2018년 2만8002명, 지난해에는 7922명 수준으로 자연증가 규모가 급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가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된 첫해로 기록될 가능성도 커졌다. 한편 4월 이혼 건수는 9259건으로 1년 전보다 277건 줄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