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라더니… 이제 홀대” 대구의료진 뿔났다

입력 2020-06-25 04:09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거점·전담병원 노조 조합원들이 23일 대구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병원 현장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온몸으로 막아냈던 대구지역 의료진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며 사투를 벌인 데 대한 처우와 보상이 형편없다며 시위에 나선 것이다.

24일 대구지역 8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보건복지부와 대구시를 대상으로 처우 개선과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전날에는 병원노조 관계자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보건당국이 지역의료진과 현장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의료진들의 사기가 꺾인 상황에서 보건당국의 구제척인 대비책도 없이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찾아와 또 고통을 당할까봐 겁이 난다고도 했다.

병원노조측은 “지난 2월 대구에서 첫 환자 발생 후 3개월 가까이 대구지역 코로나19 10개 거점, 전담병원 의료진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음압장치조차 제대로 준비 안 된 병원에서 환자를 돌봤다”며 “코로나19 상황 안정세 유지로 파견의료진들 대부분이 돌아간 후에 지역의료진들이 남은 환자들을 끝까지 돌보고 있지만 지역의료진의 자존감은 급격히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당연한 줄 알았던 코로나19 병동 근무 후 14일간의 자가격리는 꿈도 꿀 수 없었고 병동 근무가 종료된 바로 다음날 일반병동에 투입되기도 했다”며 “심지어 코로나 검사도 병원 경영진과 싸워 겨우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파견 의료진만큼은 아니더라도 위험수당과 활동수당만이라도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한 것에 대한 격려 의미로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대구시와 보건복지부 모두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대구지역 의료진은 다른 무엇보다도 차별당하고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분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들도 섭섭하긴 마찬가지였다. 대구시의사회 소속 일부 의사들은 대구시청 앞에서 삭발,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일선 병원에 대한 정부와 대구시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지역에서 확산될 당시 일반 진료를 줄이고 검체채취, 생활치료센터 확진자 진료, 자가격리자 관리 등 봉사활동을 벌였다”며 “의사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일 때는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더니 이제는 관심 밖이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코로나19와 봉사활동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대구지역 일선 병원들을 위해 병원 운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요양급여 상환기간 연장과 금융기관의 장기 저리융자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