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신앙교육 중심” 세대별 프로그램 통해 전 성도 양육

입력 2020-06-25 00:06
혜성교회가 운영하는 대안학교인 이야기학교 학생들이 지난 18일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사회는 물론 교회에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 기조 속에 다음세대 성도 수가 꾸준히 감소해온 한국교회엔 코로나19로 인해 정체된 주일학교와 초·중·고등부 사역의 출구전략이 시급하다.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지난 18일 서울 혜성교회(정명호 목사)를 방문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언덕길에 오르면 한양도성 성곽 위에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혜성교회를 만날 수 있다. 올해 72주년을 맞은 전통적 교회지만, 교회의 사역은 늘 혁신과 새로움을 지향한다. 그 핵심에 다음세대 신앙교육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과 가정 중심의 교육문화가 있다.

“목회자, 예배당 심지어 성경책도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은 뭘로 신앙을 배웠을까요. 생활 속에서 부모가 들려주는 이야기, 밥상머리와 무르팍에서 이뤄진 영적 경험의 공유가 신앙교육이 됐을 겁니다.”

2005년 혜성교회 6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정명호 목사는 부모가 신앙교육의 주체임을 줄곧 강조해왔다. 동시에 다음세대 교육을 위한 핵심 리더와 팀을 세우는 데 주력했다. 현재 교회엔 9~16년차 교육 전문 디렉터가 다음세대 대안학교(이야기학교), 영아 및 유치부, 초등부 및 전체 교육팀을 맡고 있다. 주일학교나 교육 분야를 장년층 목회를 준비하는 중간단계로 치부하고 해당 부서 사역자는 풀타임 대신 파트타임으로 채용하는 게 현실임을 고려하면 혜성교회가 사역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는지 알 수 있다.

교회 뒤편에 지어진 한아름유치원 전경. 강민석 선임기자

영아 유치부를 담당하는 송미애 전도사는 “자녀와 함께 영아부에 출석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영적 교제를 나누고 신학 교육을 진행한 지 8년째”라고 소개했다. 이어 “매주 예배 후 30분간 양육과 생활 이야기를 공유하고 1년에 4회는 자녀를 교회 내 케어팀에 맡긴 채 별도의 부부교육도 한다”며 “부부생활 상담, 에니어그램 측정 등을 통해 삶의 다양한 면을 나누다 보면 그간 발견하지 못한 크리스천 부모로서의 세계관을 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앙교육의 주체로서 훈련된 부모들은 코로나19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교회의 문이 닫히고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온라인 장년예배를 드리거나 다음세대 부서별 영상으로 예배를 드려야 하는 상황에서 부모가 어려움 없이 가정에서 ‘주일학교 교사’의 역할을 해냈다.

송 전도사는 “가정에서 동영상으로 예배를 드려도 예배 순서엔 ‘자녀를 위한 축복기도’ ‘오늘의 삶 나눔’ 등 부모님 역할이 빠지지 않는다”며 “이를 통해 가정예배가 바로 세워지고 자녀들이 부모를 신앙의 전승자로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정 목사(사진)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부모는 교사, 교회는 교육지원본부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훈련이 돼 있지 않은 가정에선 혼란과 신앙적 방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주일학교 사역자가 어린이 신앙교육자가 아닌 아이와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구사역자’가 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총신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교육학 석사과정을 이수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성도 한 사람이 육체적 사회적으로 발달해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심리적 영적 변화를 겪는지 이해하는 게 목회에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경험은 혜성교회 목회에 접목돼 전 세대에 걸친 신앙 훈련의 근간이 됐다.

교회는 영유아기, 아동기, 청년기, 성인전기, 성인기, 노년기 등으로 세분화한 인간발달표에 맞춰 신앙의 전인교육을 진행한다. 하나님의 성품과 가치관을 담은 성경적 가정을 이루도록 발달 단계에 따라 아기학교 어와나(AWANA) 어머니기도회 마더와이즈 데이트학교 결혼예비학교 가족캠프가 이뤄진다. 주중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방과후학교 대안학교 실버학교가 통합 운영된다.

다양한 신앙적 교육실험을 할 수 있도록 각 공간은 늘 변화 대기 상태다. 주차공간을 털어 마련한 트램펄린과 농구코트, 콘서트홀이자 연극연습실로 변신한 청소년부 예배실, 교회 1층 카페에 마련된 오락실 등이 실험의 결과물이다.

주일학교 담당 류명한 목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엔 언제든 교회가 일정 기간 폐쇄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신앙교육의 중심을 교회에서 가정으로 전환하고 공동체적 신앙문화를 만들어 전 세대가 함께하는 사역이 이뤄져야 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1층 카페에 마련된 오락실에서 어린이 성도들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

멈춤이 없었던 혜성교회의 공동체 혁신 움직임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다. 정 목사는 그 움직임에 교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교회가 ‘가보고 싶은 공간’을 넘어 ‘속하고 싶은 공동체’를 지향해야 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관계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사회 속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영적 공동체를 구축하는 게 교회와 세상의 거리를 좁히는 길일 겁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