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원 1902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발표에 오랜 기간 대졸자 공개채용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들은 허탈감을 토로한다. ‘계약직으로 쉽게 입사한 이들이 졸지에 정규직의 고액 연봉을 받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23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은 게시 하루 만에 청원 동의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과연 보안검색원 등이 향후 기존 인천공항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처우, 이른바 ‘연봉 5000’을 받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다. 이들은 직접 고용 후에도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될 때와 동일한 액수의 임금을 받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임금, 근무환경 개선이 없는 ‘무늬만 정규직’이 되지 않도록 향후 임금체계 협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날 인천공항에 따르면 내년 초 직접 고용할 예정인 보안검색원 1902명 등 2143명은 기존의 대졸 공채 일반직과 별도의 직렬로 분류되며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받는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계획상 보안검색원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가든, 직접 고용되든 상관없이 동일 임금을 받게 돼 있다”며 “직접 고용되면 자회사 고용 때보다 대출, 교육 등 복지가 좋아지는 정도의 변화만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인천공항은 보안검색원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하려 했지만 전날 돌연 입장을 바꿔 이들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일부 보안검색원이 ‘알바로 들어왔는데 졸지에 연봉 5000(만원)을 받게 됐다’고 말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게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보안검색원들이 인천공항 오픈 채팅방에서 “알바천국을 통해 검색원으로 들어왔는데 졸지에 서울대급이 됐다. 서연고 나와서 뭐하나”고 하는 등 ‘특급 혜택’을 자랑하는 대화 캡처본이 올라와 취준생들의 분노를 키웠다.
보안검색원들의 향후 연봉을 결정하는 임금체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 1월 비정규직에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한국공항공사 보안검색원들의 처우를 참고할 수 있다. 이들의 경우 복지나 고용안정성은 높아졌으나 임금 수준은 비정규직 때와 같거나 오히려 떨어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정규직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향후 임금체계 설립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임금체계가 부실하게 설립돼 노·사 간 마찰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 예가 한국공항공사의 보안검색원, 특수경비직이다. 김포공항의 보안검색원인 유민송 전국공항노조 본부장은 “자회사 정규직 전환 후 상여금이 400%에서 100%로 오히려 떨어졌고, 월급이 22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기회의 박탈’이 아닌 ‘비정상적이었던 노동 구조를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보안검색원과 같이 공항 이용자의 생명, 안전과 관련된 직군은 애초 정규직으로 고용했어야 하는 게 맞는다”라고 말했다.
안규영 신재희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