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였던 박모(56)씨는 40대 후반 들어 맞벌이 전선에 뛰어들었다. 두 자녀를 대학까지 보냈지만 계속되는 청년 취업난에 대한 우려와 자녀의 결혼 자금까지 마련해둬야 한다는 부담에 생업 전선에 나선 것이다. 박씨는 “천정부지로 솟은 수도권 집값을 생각하면 자녀들의 집 마련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 해서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박씨의 남편 전모(60)씨 역시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자녀 취업 및 집값 급등 등으로 50대 이후에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9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고용 현황’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 기준 50대 이상인 맞벌이 가구는 지난해 10월 기준 303만5000가구로, 2011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 300만 가구를 돌파했다.
2011년만 해도 가구주 연령 기준 50~64세 맞벌이 부부는 188만4000가구였다. 40대(40~49세), 맞벌이 부부(182만2000가구)와 큰 차이가 없었다. 연령 스펙트럼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 적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50~64세 맞벌이 부부는 240만4000가구로 8년 새 30%가량 늘었고, 40대 맞벌이 가구는 163만1000가구로 줄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변화 원인은 복합적이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동향과장은 “인구 구조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장래 가구추계 자료에 따르면 2011년만 해도 가구주 연령을 기준으로 30대는 350만 가구, 40대는 456만 가구였다. 하지만 지난해 30대는 313만 가구로 36만여 가구가 줄었고, 40대도 428만 가구로 8년 전보다 27만여 가구 감소했다. 반면 50~64세 가구와 65세 이상 가구는 2011년 각각 535만, 302만 가구에서 지난해 각각 687만, 438만 가구로 급증했다.
인구 변화 외에 사회·경제적 상황도 고령 맞벌이 가구 비중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010년대 중반 이후 경제 부진이 이어지면서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고 집값이 계속 뛰자 외벌이에서 맞벌이로 전환되는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시행도 이런 흐름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맞벌이 가구에서 50~64세 맞벌이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42.5%로 2017년 41.1%보다 1.4% 포인트 증가했다. 65세 이상 맞벌이 가구 비율도 지난해 11.1%로 2017년 9.9%보다 늘었다. 맞벌이 가구의 절반 이상을 50대 이상이 차지한 셈이다.
한편 국내 1인 가구도 지난해 603만9000가구로 사상 처음 6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전체 가구의 약 30% 수준이다. 청년층의 만혼과 고령 가구의 사별, 이혼 등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1인 가구의 39.2%는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