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이익 창출 힘든 감염병 연구, 정부가 적극 지원을”

입력 2020-06-23 19:26 수정 2020-06-23 21:3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일상생활을 되찾기 위해 감염병 연구자들은 기존 약물을 활용한 ‘약물 재창출’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가장 빠른 개발 방식이면서 가을 전후로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2차 대유행의 유일한 대책이기도 하다. 이들은 반복되는 감염병 대유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의 다각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23일 열린 2020 대한민국 신성장 동력 포럼에서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해서 시판되기까지 최대 15년이 걸릴 수 있다”며 “이미 허가받은 약물을 이용해 치료하는 약물 재창출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약물 재창출은 기존에 다른 질병을 치료하던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미 효능·안전성을 입증받은 물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미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에볼라 치료제)뿐만 아니라 칼레트라(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시클레소니드(천식치료제) 등도 이에 해당된다.

전 세계 제약회사는 이 약물들을 바탕으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에 착수하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22일 기준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한 글로벌 임상시험은 치료제가 905건, 백신이 36건에 달했다. 국내에서는 류머티즘성 관절염약 ‘바리시티닙’(1건), 혈액 항응고제 ‘후탄’(1건), 뇌경색 후유증 개선제 ‘페로딜정’(1건),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정’(1건) 등을 활용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한수봉 한국화학연구원 감염병제어기술연구단장

한수봉 한국화학연구원 감염병제어기술연구단장은 “2차 대유행에는 아무것도 없이 방치되는 게 아니라 검증된 약물 중 우수한 약물이 사람에게 직접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성균관대, 고려대 등 6개 기관과 약물 재창출 연구팀을 구성했다.

다만 류충민 센터장은 “치료제 유효성 평가를 하기 위한 산·학·연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수봉 단장도 “감염병 연구는 렘데시비르를 개발한 길리어드사조차 연구 중단을 선언할 정도로 다국적 제약사가 기피하는 영역”이라며 “감염병 연구는 이익 창출 영역이 아닌 만큼 앞으로 다가올 다른 감염병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연구·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