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냐 입대냐 휴학이냐… 코로나 학번들 탈대학 고민 중

입력 2020-06-24 00:14
한 학생이 지난 3월 17일 오전 고려대학교 구내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다. 강보현 기자

“이렇게 내내 온라인 강의만 듣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대학 가지 않고 바로 재수를 준비했을 것 같아요.”

올해 경남 소재 한 대학에 입학한 김가희(19·여)씨는 2학기를 휴학하고 내년 대입을 다시 준비할지 고민하고 있다. 첫 학기에 35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고도 모든 강의를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강한 김씨는 23일 “학비를 내는 게 아깝게 느껴진다”며 “차라리 수능 공부를 더 할지 고민된다”고 털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의 비대면 강의가 이어질 조짐이지만 정부나 대학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휴학, 반수, 입대 등으로 학교를 떠나려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학생이 “지난 1학기는 없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온라인 강의로는 잘 이해가 안 돼 지금 전공이 맞는지 확인할 새도 없었다”며 “자취하는 친구들은 월세에 학비까지 내느라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반수를 준비하려는 신입생 A씨(19)도 “‘코로나19 때문에 없어질 시간을 차라리 군대에서 보내겠다’며 이른 입대를 결심한 학생들도 같은 학년 80~90명 가운데 10명 정도 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 수험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시간이 많아진 김에 수능 공부를 다시 할까 싶다” “1학기 날린 김에 반수를 할지 고민된다” “올해 반수생, 재수생 폭발할 것 같다”는 글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 학원가로 몰리는 반수생들도 올해 대폭 늘어난 모습이다. 김순영 종로학원 이사는 “보통 6월에 반수생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문의가 많아 5월에 이미 설명회를 진행했다”며 “체감상 지난해 대비 반수생들의 상담이 2~3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2학기도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와 숭실대 등은 1학기와 동일하게 여름 계절학기 수업을 비대면 강의로 진행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연쇄 탈출’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은 등록금 반환이나 2학기 강의 대면 여부에 대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강의를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비대면 수업에 대한 교수와 학생들의 불만족도 만만치 않아 2학기 강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2학기 운영 계획에 따라 학생들의 휴학이 늘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