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 사금융업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무등록 대부업체가 받을 수 있는 이자 한도를 현행 24%에서 6%만 인정하기로 했다. 온라인매체(SNS·인터넷포털)에는 불법 광고 유통방지 노력을 의무화하고, 불법 추심 피해자도 적극 구제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경찰청, 국세청 등 정부 부처는 23일 이 같은 내용의 불법 사금융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불법 사금융이 기승을 부리자 합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지난 4~5월 중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및 제보는 지난해보다 60% 정도 늘었다.
정부는 우선 무등록 대부업자가 받을 수 있는 법상 이자 한도를 현행 24%에서 6%로 낮추기로 했다. 무등록 대부업자는 영업 자체가 불법이다. 하지만 대부업법상 합법적 금융업자와 같은 수준의 최고금리(24%)를 받을 수 있는 문제점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원금에 연체 이자까지 합친 금액에 이율을 적용하는 방식의 재(再)대출도 사라진다. 구두나 계약서가 없는 무(無)자료 대출 계약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 SNS·인터넷포털 등 온라인 매체에는 불법 광고 유통방지 노력 의무가 부과된다. 지금은 온라인매체가 대가를 받고 대출 광고를 게재할 때 광고주에 대한 최소한의 불법성 확인 의무가 없는 상태다. 온라인 불법 광고 차단도 빨라진다. SNS, 인터넷 게시판 등을 활용한 온라인 불법 대부 광고와 문자, 명함, 현수막 형태의 오프라인 불법 광고가 차단 대상이다.
고금리와 불법 추심 피해자에 대한 세부 구제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온라인 구제신청 시스템을 만들어 ‘찾아가는 피해 상담소’(전통시장·주민센터 등)를 운영하기로 했다. 법률구조공단은 고금리·불법 추심 피해자에게 맞춤형 법률 상담과 채무자 대리인·소송 변호사를 무료로 지원한다. 불법 사금융에 대한 법정형(벌금형)도 강화된다. 현행 최고 3000만~5000만원인 벌금형을 더 강화할 방침이다. 공적 지원(정부·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등)을 사칭하는 불법 대부광고 처벌 근거를 보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오는 29일 불법 사금융 이득 제한, 처벌 강화 등을 담은 대부업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이달 말부터 연말까지를 ‘불법 사금융 특별 근절 기간’으로 선포하고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금융투자보호재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소비자(25~64세) 4명 중 1명꼴(25.6%)로 금융사기에 노출됐다. 이 가운데 13.6%는 실제 사기피해를 당했다. 금융사기 피해자 1인당 실제 평균 피해금액은 1637만원으로 전년 대비 480만원 증가했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22.7%였다. 한번 사기를 당하고도 또 사기를 당했다는 응답도 25%나 됐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