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다시 추진한다. 일각에선 정부가 4·15 총선을 통해 얻은 힘의 우위를 무기로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2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노조 3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들 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정부는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4개 중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단결권에 관한 제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등 3개를 비준하기로 하고 관련 국내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국내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노조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야당 반대에 막혔고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에 정부는 노조법 개정안 등을 21대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입법 예고 등 절차를 다시 거쳤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3개 법안은 정부가 지난해 제출한 법안과 내용이 거의 같다. 다만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대학과 유치원 교원노조 설립 허용 등 지난달 개정 내용이 반영됐다. 구체적으로 노조법 개정안은 ILO 핵심협약 기준에 맞춰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사업장 내 주요 시설을 점거하는 방식의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퇴직 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가 가능해진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은 공무원노조 가입을 6급 이하로 제한한 직급 기준을 삭제하고 특정직 공무원 중 소방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이와 함께 20대 국회 종료로 폐기된 ILO 핵심협약 비준안도 다음 달 초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1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앞서 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관련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완강한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21대 국회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야당뿐 아니라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개정안에 부정적이어서 21대 국회에서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영계 단체는 최근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노조법 개정안에 사업장 내 주요 시설을 점거하는 방식의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노동계는 이를 ‘개악’으로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