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소년에 뻥 뚫린 제주공항 보안

입력 2020-06-24 04:07
에어부산 항공기. 뉴시스

제주공항에서 14세 가출소년이 다른 사람의 탑승권과 신분증으로 비행기를 타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해당 비행기엔 탑승권을 잃어버린 승객도 함께 타고 있었다. 기내 직원이 비행기 출발전 이 사실을 발견했지만, 이미 공항 보안에 구멍이 뚫린 뒤였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22일 오후 3시 제주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려던 에어부산 비행기에서 한 승객이 주운 탑승권으로 비행기를 타는 일이 발생했다.

탑승권을 주운 사람은 가출신고가 돼 있던 제주 서귀포시의 14세 소년. 제주공항 3층 대기실에서 지갑을 주워 그 안에 있던 30대 남성(33)의 탑승권과 신분증으로 김포행 에어부산 비행기에 몸을 싣는데 성공했다.

그 사이 지갑을 잃어버린 남성도 탑승권을 재발급받아 비행기에 올랐다. 소년의 행각은 이륙 전 최종적으로 고객 착석 상태를 점검하던 기내 직원이 화장실에서 나오던 소년을 수상히 여기면서 드러났다.

에어부산측은 그때서야 같은 이름의 승객이 두명 탄 사실을 발견하고 출발하려던 비행기를 다시 탑승교로 돌렸다. 비행기는 당초 도착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가량 늦은 오후 5시20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탑승권과 신분증을 잃어버린 30대 남성은 이륙전 발권창구에서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창구직원은 키오스크 탑승권 발행 이력과 남성의 설명이 맞아 떨어지고 기내 동명이인이 없는 사실을 확인하자 남성이 공항 무인발급기에서 급히 떼 온 등본으로 탑승권을 재발급했다. 신분증 없이도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도록 ‘보안팔찌’도 제공했다.

국토부는 사고 당일인 어제 사실 조사를 마쳤다. 국토부는 제주지방항공청이 에어부산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를 상대로 자세한 면담조사를 벌여 항공보안법 위반 여부를 발견하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국토부는 해당 소년에 대해 항공테러 혐의는 없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소년의 신분증 도용, 점유이탈물횡령, 업무 방해 등에 대한 혐의는 제주서부경찰서가 조사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