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박사방’은 범죄단체”… 檢, 조직원 38명 특정

입력 2020-06-23 04:03

검찰이 이른바 ‘박사방’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 조주빈(25)씨 등 38명을 범죄단체 조직원으로 특정했다. 조씨를 비롯한 핵심 조직원 8명은 범죄단체 조직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단순 음란물 공유를 넘어 이익 배분 등 경제적 활동을 벌였고, 조씨에 대한 절대적 지지 등 다양한 내부 규율이 근거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조씨와 ‘부따’ 강훈(19)씨, ‘태평양’ 이모(16)군 등 8명을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혐의로 기소했다. 나머지 5명은 ‘김승민’ ‘랄로’ ‘도널드푸틴’ ‘블루99’ ‘오뎅’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검찰은 또 다른 조직원 30명에 대해 추가 수사하고 있다. 조씨 등은 2019년 9월 범죄집단 ‘박사방’을 조직하고 아동·청소년 16명을 포함해 여성 74명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범죄단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박사방 개설 과정 및 운영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조씨가 구치소에서 그렸던 조직도 등을 근거로 조직 구조와 특성을 밝혀냈다.

검찰은 박사방이 피해자 물색·유인, 성착취, 영상물 유포, 수익금 인출 등 4조직으로 구분된다고 봤다. 후원금 제공과 이익 배분을 매개로 박사방 조직이 구성됐다고 판단했다. 조씨를 중심으로 조직원 38명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총 74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1인당 평균 수십개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했고 유포된 성착취물만 1000개가 넘는다.

검찰이 파악한 박사방의 규율은 여느 범죄단체들과 다를 게 없었다. 조직원들이 활동한 ‘시민방’은 가입 시 일정 홍보량 달성이 필요하다. 탈퇴할 경우 이른바 ‘박제’라는 방식의 보복이 이뤄진다. 탈퇴한 조직원의 주민등록증 사진이나 신체 노출 사진 등을 공개하는 것이다. 또 조씨는 강씨가 검거되자 ‘비상대책위원회’ 채팅방을 만들어 변호사 선임을 논의했다. 경찰·언론의 추적을 피하려고 속칭 ‘대피소’를 포함해 52개 이상의 방을 운영했다.

조씨는 조직의 ‘두목’처럼 두려움의 존재로 군림했다. 박사방에는 눈팅(눈으로만 채팅을 보는 것) 금지, 잠수(연락되지 않는 것) 금지, 적대적 그룹방 활동 금지, 박사(조씨)에 대한 절대적 지지 및 비난 금지 등 다양한 내부 규율이 있었다. 또 강씨가 검거된 뒤 ‘부따 장례식’ 그룹방을 개설해 그리움을 표시하는 메시지를 작성하게 했다. 공범인 ‘이기야’ 이원호(19)씨가 입대하자 ‘청운의 꿈 이기야’ 방을 만들었다. 또 박사방을 취재하는 기자의 자녀 사진을 구해 공개하고 ‘박사나라 시민 이상 계층 건드리는 XX는 시간 내서 잡는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올렸다.

검찰은 범죄단체 혐의를 적용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물을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핵심 조직원들이 범행을 유희로 여길 정도로 집단적 폭력성을 띠고 있었다”며 “피해자들을 철저히 짓밟은 유례 없는 신종 성범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잘라내기’ 방식의 압수수색을 처음 실시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성착취 영상물을 복제하는 식으로 압수수색했는데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원본 파일 삭제에 어려움이 있었다. 검찰은 원본 파일을 복제한 후 업체 동의를 얻어 원본은 삭제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2차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