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이번엔 달랐다… 추·윤 앞에 두고 “협력해 개혁하라”

입력 2020-06-23 04:01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제6차 공정사회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오른쪽 사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을 앞에 두고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서영희 기자,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협력과 개혁을 강조했다. 최근 현안마다 충돌하고 있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이 함께 대면한 회의에서다. ‘협력’을 강조한 것은 최근 여권에서 나오는 윤 총장 ‘사퇴론’과는 거리를 둔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6차 공정사회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지난주 법무부와 검찰에서 동시에 인권 수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며 “권력기관 스스로 주체가 되어 개혁에 나선 만큼 ‘인권 수사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와 검찰이 갈등하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재조사,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수사 등 현안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다만 검찰 권한을 분산하는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후속 조치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며 “특히 공수처가 법에 정해진 대로 다음 달 출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도 당부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인권 수사’를 강조한 것도 검찰의 수사 관행에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반부패 노력은 집권 후반기에 더욱 중요하다. 정부 스스로 긴장이 느슨해지기 쉽기 때문”이라며 “마지막까지 끈기를 가지고 국민이 바라는 공정사회를 완성해 나가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제5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윤 총장을 콕 찍어 검찰 개혁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원론적으로 검찰과 법무부의 협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반부패 정책은 어느 분야보다 정부 역량이 광범위하게 결집돼야 하는 분야”라고 한 것도 법무부와 검찰의 단합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이날도 윤 총장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박범계 의원은 CBS 라디오에 나와 “윤 총장 본인은 대통령을 위해 수사하고, 검찰 조직에 충성하고 있다지만 이번에 보니 검찰도 아니고 측근, 자신의 조직에 충성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입단속에 나서면서 여당 내에서 공개적인 윤 총장 사퇴론은 가라앉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국회 정상화를 통한 3차 추경 통과와 남북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윤 총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윤 총장 거취를 언급하는 것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라며 “민주당 내에서 윤 총장 사퇴론이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여권발 윤 총장 사퇴론에 대해 문 대통령이 분명한 태도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절대신용을 갖고 임명한 사람이고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 혼자만 결정할 수 있다”며 “(여권에서) ‘나 같으면 사퇴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고, 총선이 윤 총장 거취를 결정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굉장히 모순되고 딱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임성수 김나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