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면서 고도의 정치·경제적 자치권 아래 형성된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일본 도쿄가 이 위기를 파고들면서 ‘제2의 홍콩’ 자리를 노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이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도쿄로 대체하고자 홍콩 출신 자산관리자와 외환거래자 등 금융업자를 상대로 각종 우대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은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을 시작으로 중국과 지속적으로 충돌하며 자치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중국은 올 들어서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이며 홍콩에 대한 통제를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한다면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경고했다.
FT는 “홍콩 내 금융기관들은 도시의 법적, 상업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홍콩의 혼란은 그동안 금융권 유치를 위해 노력해온 일본에 있어 순풍”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불안정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홍콩을 탈출하려는 금융기업을 흡수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미 도쿄 금융부처 관계자들은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확보한 홍콩 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유치 작전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실제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은 최근 매수부문 사업 일부를 도쿄로 이전할 계획을 밝혔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이 홍콩의 금융 전문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가”라는 가타야마 사쓰키 참의원의 질문에 “금융 중심지로서 도쿄의 매력을 강조하면서 홍콩 등 외국 인력의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답했다.
홍콩 금융기관의 일본 이주를 가속화하기 위해 일본은 금융청, 외무성, 통상산업성, 도쿄도 등 주요 정부기관이 나서고 있다. 핵심 유인책으로는 비자 면제와 세금 자문이 거론된다. 도쿄도는 사무실을 무료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사항은 오는 7월 중 발표될 연례 경제전략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