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윤석열 사퇴 압박에… 檢 “수사 중립·독립성 흔들릴 우려”

입력 2020-06-23 04:05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쳐다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면서 일선 검찰에서는 수사의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련의 사퇴 압박이 결국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했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위증교사 의혹이 나오며 불거졌다. 여권과 법무부는 윤 총장이 관련 의혹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서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윤 총장의 사퇴를 거론할 사안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검찰 간부는 22일 “배당은 총장 권한인데 총장이 무엇을 잘못한 것이냐”며 “진짜 문제가 있을 때 지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위증교사 의혹의 참고인 조사를 두고 불거졌는데 조사 주체를 정하는 절차에는 잘못이 없었다는 의미다. 또 중요 사건의 처리 방향을 최종 결정하는 문제도 아닌데 총장의 진퇴를 거론하는 건 모양새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총장 인사권이 있고 임기가 보장돼 있는데 정치권에서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 지역 한 검사는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압력이 강해지는 상황에 대해 속상해하는 평검사가 많다”고 전했다. 상황이 빨리 봉합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 총장이 이번 논란으로 특별히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윤 총장이 과거 한 전 총리 정치자금 수사에 개입한 적도 없었고 특별히 측근이라고 부를 만한 검사도 당시 수사팀에 없었다고 본다. 서울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윤 총장은 정치색이 있는 게 아니라 사건이 된다고 하면 수사를 할 뿐”이라며 “박근혜정부에서도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다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간부는 “사퇴할 만한 사유가 아닌 만큼 묵묵히 하던 대로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경구 나성원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