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거리 위, 동네 카페, 유튜브에 세워진 교회. 지난 7일 열린 ‘제1회 교회개척 아이디어 공모전’의 수상작으로 선정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회들이다. 재정도 성도도 없었지만, 목회자들은 개척자처럼 교회가 필요한 곳을 직접 찾아 나섰고 그 자리를 개척했다. 이 교회들을 하나의 특별한 사례로만 보는 것을 넘어 한국교회의 생태계를 변화시킬 도화선으로 보고 논의를 확장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공모전을 주최한 한국교회생태운동(대표 정영택 목사)과 크로스로드(대표 정성진 목사)는 22일 서울 종로구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에서 수상자와 함께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된 좌담회에는 공모전 수상자와 공모전 심사에 참여한 목회자, 교회 개척에 관심을 가진 목회자 등이 참석해 한국교회 생태계에 관한 열띤 토론을 나눴다.
사회를 맡은 홍정근 강남연동교회 목사는 선정된 교회들을 비롯해 공모전에 응모한 개척교회의 공통점을 “시대적 요청에 맞춰 그 필요에 충실한 교회를 해보려는 몸부림”이라고 했다. 선정된 교회들이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본격적인 목회에 앞서 조직을 구성하고 물리적인 교회 공간을 마련해 사역하는 전통적인 구조를 뒤집어, 먼저 필요한 현장에 나가서 사역하고 그 위에 교회를 개척하는 방식이다.
홍대 거리에 나가 청년들을 만나며 교회를 세운 김상인 움직이는교회 목사는 “현장에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척자금도, 청년들과의 접점도 없는 상황에서 막막했는데 현장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청년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 알게 됐고 그 부분을 채워주다 보니 교회가 세워졌다”며 “교회 예배당을 임대하고 생활비가 안정된 상황이었다면, 오히려 지금과 같은 사역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에서 예배를 드리는 신성운 더주님교회 목사는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사역에 집중했다. 신 목사는 “카페에서 집밥 먹기 프로젝트나 시험시간 커피 무료나눔 등 교회가 이전에 잘해 온 사역을 펼침으로써 카페도 잘되고 전도도 할 수 있었다”며 “원론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말씀에 순종했을 때 채워주시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교회들이 신선한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를 바꾸는 역할을 하려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역자와 교회를 연결하는 공유워십센터를 운영하는 박범 봄날교회 목사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역자들이 곳곳에 많은데, 흩어져 있어서 정작 필요한 교회에 연결을 해주는 일이 어렵다”며 “이들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공유하고 연결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성진 목사는 “우리 세대가 플랫폼이 돼 이들의 아이디어를 확대 재생산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인사이트가 모여서 이 같은 과제를 함께 수행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정영택 목사는 “초대교회가 그랬듯이, 사람의 필요가 있는 곳에 교회를 세우는 개척교회의 용기에 감동받았다”며 “이 자리가 한국교회의 생태와 풀뿌리를 살리는 일의 작은 도화선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