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우리가 북한과 전쟁을 하게 된다면 한국은 일본의 참전을 수용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일본 자위대 병력이 한국 땅을 밟지 않는다면 한국과 일본은 하나가 돼서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나오는 얘기다. 국민일보는 볼턴 회고록의 한반도 관련 주요 부분을 21일 입수했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결렬된 후 같은 해 4월 11일 한·미 정상은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악화되고 있던 한·일 관계와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문 대통령은 “역사 문제가 한·일 관계의 미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일본이 가끔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일본과 연합 군사훈련을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동맹으로 힘을 합쳐 싸울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연합 군사훈련을 할 수 있다”면서도 “일본 군대가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 국민들에게 역사를 상기시킬 것”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고 볼턴은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만약 북한과 전쟁을 하게 된다면 한국은 일본의 참전을 수용할 수 있나’라고 재차 물었다. 문 대통령은 “그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일본 자위대 병력이 한국 땅을 밟지 않는다면 한국과 일본은 하나가 돼서 싸울 수 있다”고 답했다.
한·미 정상회담 15일 뒤인 4월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워싱턴을 방문해 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볼턴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 정반대였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장을 떠난 것에 대해 “결과는 긍정적이며, 협상장을 걸어나올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다”고 치켜세웠다. 아베 총리는 또 대북 제재는 계속돼야 하며 쉬운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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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