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은 우리 몸 안에 질병이 생겼음을 알리는 경고등이라는 말이 있다. 두통, 요통, 복통, 관절통, 치통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을 수반하는 병은 무엇일까. 여성들은 산통(분만통)이라고 하지만,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은 그 보다 훨씬 더 센, 극강의 통증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에 주로 발생하는 ‘포진 후 신경통’과 바람만 스쳐도 전기에 감전된 듯 극심한 통증을 순간적으로 느껴 몸서리를 치게 된다는 ‘삼차신경통’이다. 속칭 통증의 왕, 양날의 칼로 불리는 난치성 통증들이다.
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 치료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신경통, 삼차신경통은 얼굴 부위에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해 거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 및 치료의 필요성이 크다.
수원 김찬병원 김나영 진료과장(신경외과 전문의)은 21일 “발병 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무척 심하고 치료도 까다로우므로 가능한 한 초기에 임상경험이 많은 병원을 찾는 것이 고통과 후유증을 줄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김 과장의 도움말로 대상포진과 포진 후 신경통, 삼차신경통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해야 통증을 조기에 진압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
-대상포진은 왜 생기나?
“대상포진의 원인은 2~10세 아이들에게 수두를 일으키는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다. 어릴 때 수두를 앓고 나면 이 바이러스가 신경세포에 잠복하게 되는데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을 재개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대상포진은 특히 스트레스가 심해 신체 건강이 나빠지거나 신체리듬이 깨지기 쉬운 환절기에 많이 나타난다.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벌어질 정도로 기온 변화가 심하고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워서다.”
-발병 시 증상은?
“먼저 통증이 느껴진 후, 피부에 붉은 반점 여러 개가 신경계를 따라 띠 모양으로 무리지어 나타나면 대상포진을 의심해야 한다. 초기 증상은 얼핏 보기에 몸살감기나 신경통과 비슷하다. 특징적인 피부 발진(물집)이 생기기 전까지는 온몸이 쑤시고 몸살이 난 것처럼 아프기만 하다. 속이 메스껍거나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특정 부위로 집중되며 며칠 뒤 반점과 물집이 잡히기 시작한다. 통증은 또한 몸의 한쪽 부위로만 나타난다. 바이러스가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한 가닥씩 나와 있는 신경 줄기를 따라 움직이는 탓이다. 대상포진에 의한 통증을 목·허리디스크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는 통증이 가슴과 허리, 팔, 얼굴 순으로 많이 나타난다.”
-치료는 어떻게?
“대상포진은 어떻게든 가능한 한 발병초기에 진단, 적절한 치료를 통해 난치성 ‘포진 후 신경통’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것이 관건이다. 띠 모양의 피부 발진과 물집이 나타나면 바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물집 발생 후 3일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피부 반점과 물집이 금세 가라앉고 통증이 완화될 뿐만 아니라 포진 후 신경통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치료 중에는 절대 안정과 휴식을 취하고 되도록 찬바람을 쐬지 말아야 한다. 만약 부주의로 물집이 터졌을 때는 자극성이 강한 반창고보다는 항생제가 포함된 거즈로 덮어주는 게 낫다.”
-포진 후 신경통을 막을 방법은?
“대상포진은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포진 후 신경통이란 대상포진이 치료된 후에도 수주나 수개월, 혹은 수년간 신경통이 계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젊은 사람도 초기에 치료를 빨리 받지 않으면 수주일 또는 한 달 이상 이 신경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기력이 쇠약한 노인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대상포진을 완벽하게 예방할 방법은 없다. 발생 초기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진통제,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 게 전부다. 포진 후 신경통 대책도 마찬가지다. 포진 후 신경통은 짧게는 수일, 길게는 1년 가까이 지속된다. 의사나 환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언제 통증이 사라질 것인가’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 초기 물집 등 피부 증상이 심할수록, 처음부터 통증 강도가 셀수록 치료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신경통이 지속될 확률이 높다. 이때는 진통제 등의 약물치료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경근 주사 및 말초신경 주사 등으로 통증을 조절해줘야 한다.”
-삼차신경통은 어떤 병인가?
“우리 얼굴에는 표정 근육을 움직이는 안면신경 외에 세 줄기 신경이 더 있다. 양쪽 귀 뒤쪽에서 뻗어 나와서 이마(1)와 광대뼈(2), 턱(3) 쪽으로 각각 자리를 잡은 삼차신경이다. 얼굴 감각을 지배하는 뇌신경계다. 여기에 이상이 생겨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 삼차신경통이다. 주위의 뇌혈관이 삼차신경을 압박, 자극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95% 이상이다. 통증은 압박 자극 또는 손상된 신경 가지를 따라 나타난다. 어느 경우든 공통적으로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 강한 아픔’이 수초 또는 수 분간 발생했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한다. 순간적으로 턱과 어금니 쪽에 살을 에이는 통증이 발생하거나 뺨에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면 일단 삼차신경통을 의심해 봐야 한다. 보통 세수를 할 때나 식사 중에 통증이 오는데, 얼굴 한쪽을 칼로 도려내는 느낌 또는 전기에 감전된 듯 순간적으로 짧은 통증이 왔다 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호발 연령과 치료는 어떻게?
“삼차신경통은 주로 중년기에 발생한다. 노화 현상으로 두꺼워진 뇌혈관이 삼차신경을 압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뇌가 위축되고 신경과 혈관 사이의 해부학적 구조가 변하게 되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드물게 다발성 경화증이 있거나 뇌종양, 뇌혈관 기형이 신경과 신경뿌리 진입부를 압박하여 삼차신경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삼차신경통이 의심되면 뇌혈관사진을 반드시 찍어봐야 한다. 혹시 치명적인 뇌종양이나 뇌동맥류가 원인일 수도 있어서다.
삼차신경통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방법은 미세혈관 감압술이라는 수술적 치료이다. 95% 이상에서 치료효과 있고, 안면감각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재발을 잘하고 수술 후에도 약물 복용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은 단점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알콜이나 글리세롤을 사용한 삼차신경 차단술과 같은 최소상처 시술이다. 전신마취나 수술을 피할 수있고 시술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술 후 안면감각이상 같은 부작용이 25% 정도 발생하고, 안면감각이 저하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수술로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 이차적으로 시행 가능하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