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악천후… 우승 심슨 “정신나간 하루”

입력 2020-06-23 04:07
웹 심슨이 22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턴 헤드 하버타운 골프링크스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헤리티지 우승 트로피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웹 심슨(35·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헤리티지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됐던 투어를 재개한 지 2주 만에 선수 확진자가 발생하고, 천둥·번개를 동반한 악천후로 경기를 일시 중단하는 혼란 속에서 치러졌다. 심슨은 “정신 나간 하루였다(It was a crazy day)”는 우승 소감으로 대회를 요약했다.

심슨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턴 헤드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7099야드)에서 열린 2019-2020 PGA 투어 RBC헤리티지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몰아치고 7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22언더파 262타를 기록해 2위 아브라함 앤서(21언더파 263타·멕시코)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127만8000달러(약 15억 5000만원)를 손에 넣었다.

심슨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지난 2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 우승에 이어 올 시즌 2승이자 투어 통산 7승을 달성했다. 또 플레이오프 출전자를 결정하기 위해 시즌 중으로 집계되는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에서 1위로 올라섰다. 기존 선두였던 임성재는 이번 대회에서 컷 탈락해 페덱스컵 랭킹 3위로 밀려났다.

심슨의 우승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심슨은 전날 3라운드를 앤서, 타이렐 해튼(잉글랜드), 라이언 파머(미국)와 함께 중간 합계 15언더파 공동 선두에 올랐다. 우승권만 4명으로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최종 4라운드에서 악천후가 변수로 찾아왔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2시 전후에 티오프한 일부 선수들은 천둥·번개로 경기를 3시간이나 중단했고, 이로 인해 리더보드 상단은 수시로 요동쳤다.

심슨은 뒷심을 발휘했다. 전반부에 2타만을 줄였던 심슨은 12~13번 홀(파4)과 15번 홀(파5)부터 3개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 단독 선두로 치고 올랐다. 심슨의 바로 뒤 마지막 조에서 1타 차이로 따라온 앤서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버디 퍼트를 놓쳐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지 못했다.

심슨은 우승을 확정한 뒤 “정신이 나간 하루였다. 대회를 끝내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경기 도중에 지인에게 연락해 숙박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RBC헤리티지는 지난 20일 1라운드를 마친 뒤 코로나19 선수 확진자가 발생해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출전자 닉 워트니(미국)는 1라운드를 3오버파로 마친 뒤 몸 상태에 이상을 느껴 병원으로 찾아갔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워트니는 기권했다.

워트니와 같은 조에 있던 선수·캐디를 포함한 접촉자 11명은 즉각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세계 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투어에서 감염자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사람은 없다”고 경고했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