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 서울 신생중앙교회 목사가 예수를 믿게 된 계기는 독특하다. 1970년 태권도 사범으로 일할 때 한 미국인이 요한복음 소책자를 건넸다. 그걸 읽다가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앞집 여집사에게 교회에 데려달라고 졸랐다. 방언을 받고 확실한 주의 음성을 들었다. “내가 너를 선택했다.”
김 목사는 “목회 소명을 받을 때 하나님께서 신생중앙교회라는 교회 명칭, 개척지인 서울 석관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셨다”면서 “주님의 명령은 ‘상처받은 양을 먹이고 치라. 나를 이용하는 자가 되지 말고 쓰임 받는 자가 돼라’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분명한 소명을 안고 1977년 가정집에서 신생중앙교회를 개척했다. 신생(新生)은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요 3:3)는 말씀에서 왔다.
당시만 해도 석관동은 연탄공장과 쓰레기 처리장이 있어 재건대(넝마주이)가 돌아다녔다. 다들 우범지대라며 피하는 그곳에서 ‘외부 지원을 일절 받지 않겠다’며 십자가를 꽂았으니 가난과 굶주림은 당연한 것이었다. 숱한 고난 앞에 그가 향한 곳은 기도의 자리였다.
김 목사는 “요즘 ‘교회 개척 후 3년 안에 부흥 못 하면 그만두어야 한다’ ‘신앙의 1대는 목회가 잘 안 된다’는 말이 있던데, 이것만큼 어리석은 이야기도 없다”면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고난의 훈련 기간은 목회자마다 천차만별이다. 베드로는 신앙의 1대였다”고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교회마다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지금도 성도 몇 명과 얼마든지 교회 개척이 가능하다”면서 “한 명이든 열 명이든 감사한 마음으로 가정집에서 교회를 시작하면 된다. 많은 개척자가 처음부터 큰 예배당을 꿈꾸고 쓸데없이 다른 교회와 비교하면서 망가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등 목회 훈련이 힘들다며 사명을 내려놓은 목회자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그렇다 보니 신학생들이 교회개척을 회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성경은 열매가 열리려면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어야 한다고 말씀한다”면서 “열매는 없고 잎이 계속 마른다면 가지인 목회자가 진액을 중간에서 빨아먹은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물론 그에게도 생사가 오가는 위기가 있었다. 개척을 하고 2년 뒤 일이다. 과속으로 달리는 택시에 치여 다리뼈가 으스러지는 전치 20주 사고를 당했다. 김 목사는 “기도 중 병실로 찾아오신 예수님을 봤는데, 못 자국 난 피 묻은 손으로 몸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셨다”면서 “다음 날 담당 의사가 엑스레이를 촬영했는데, 으스러진 뼈가 제 자리를 찾아가 아물고 있다며 놀라워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결국 에스겔 골짜기의 말씀처럼 뼈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적을 체험하고 깁스도 하지 않고 퇴원했다”면서 “이처럼 신유와 기적 체험이 숱하게 많다 보니 극동방송 ‘소망의 기도’를 맡아 24년째 청취자에게 신유 기도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퇴원 후 난방도 안 되는 예배당에서 시린 다리를 붙들고 하루 8시간씩 40일 아침 금식기도를 했다. 김 목사는 “당시 강남의 모 교회에서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사택으로 주겠다며 청빙 제의가 있었는데,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면서 “성도를 버리고 떠나려 했던 나의 초라한 모습을 보며 한참을 울고 있는데, 십자가를 지신 주님이 찾아오셨다. 그때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안함이 찾아왔다”고 했다.
김 목사는 개척 초기부터 위원회를 구성하고 과감하게 재정과 행정의 전권을 평신도에게 넘겼다. 교회에는 인사 기획 예산 운영 감사 재무 선교 등 22개 위원회가 있다. 장로가 위원장을 맡고 부위원장과 총무, 회계, 서기 등의 조직 체계를 갖춰 주도적으로 움직인다. 진행사업은 훗날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받는다.
김 목사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목회를 하려고 처음부터 모든 재정을 재정위원회에 넘겼다”면서 “많은 목회자가 재정을 넘기면 목회 권위까지 넘기는 것으로 오해한다. 영권 말고 나머지 일은 과감히 넘겨야 교회가 건강해지고 목회자의 짐도 가벼워진다”고 했다. 그는 “다만 목회자가 영적 권위가 없다면 교회에서 아무 일도 안된다. 그렇게 되면 거꾸로 평신도와 장로의 지시를 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목회자는 영권을 책임지고 22명의 교회행정 ‘전문가’는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구조로 돼 있다. 교회가 2004년 예배당을 완공하고 단기간에 성도 수 3000명 규모로 급성장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
김 목사는 ‘되는 목회’의 비결이 소명에 있다고 했다. 그는 “모세가 호렙산 떨기나무에서 ‘소명’을 받고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에서 해방하는 ‘사명’을 수행한다”면서 “목회자가 분명한 부르심, 소명 없이 목회 사명을 수행하다 보면 반드시 지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명이 부족한 목회자는 코로나19와 같은 고난 앞에 밑바닥이 드러난다”면서 “반면 소명이 분명한 목회자는 고난의 강도가 세질수록 더욱 강해진다. 이런 사람은 교인이 한두 명 모여도 감사하며 목회한다”고 귀띔했다.
“개척한 그 자리에서 40년 넘게 흠 없이 목회가 가능했던 비결이 무엇이냐”는 우문에 짧은 답이 돌아왔다. “저는 원래 신생중앙교회 목사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