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우여곡절 끝에 총 사업비 7조원에 달하는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됐다.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해 8월 시공사 선정을 공고했지만 건설사 간 수주 경쟁으로 인한 검찰 수사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업이 10개월 넘게 지체됐다. 한남3구역 조합은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당국의 집합금지 명령도 무시하고 총회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은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었다. 총회에는 3800여명의 조합원 중 2700여명이 참석해 총회 성립을 위한 정족수(과반)를 훌쩍 넘겼다. 투표는 당초 예상대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의 2파전으로 진행됐다. 1차 투표에선 현대건설이 1167표로 1060표를 얻은 대림산업을 가까스로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GS건설은 497표로 3위에 그쳤다. 현대건설은 결선투표에서 1409표를 얻어 1258표에 그친 대림산업을 따돌리고 사업을 따냈다.
현대건설은 입찰 제안에서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의 단지명으로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을 제시했다. 단지 내에는 상업시설로 현대백화점을 입점시키고 세계적인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에비슨영과 협업해 시설을 운영하겠다고 밝혀 조합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입찰 제안대로라면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은 주민 이주 후 6개월 이내에 착공하고 착공 후 37개월 후에 준공할 예정이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공사비 1조7377억원에 총 사업비는 7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이라는 별칭이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사업 진행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입찰 과정에서 건설사 간 수주전 과열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입찰 무효 결정,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다. 이후 재입찰이 진행됐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총회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남산제이그랜하우스에서 열린 1차 합동 설명회도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강행했다.
특히 이날 시공사 선정 총회 개최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거세지면서 마지막까지 애를 먹어야 했다. 코엑스 관할 자치구인 강남구가 코로나19 확산을 염려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며 총회 개최에 반대했다. 하지만 조합은 결국 총회를 강행했다. 조합은 참석자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을 해야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총회장 바닥에는 조합원들이 밀집하지 않도록 1m 간격으로 노란 스티커를 붙였다. 하지만 총회 시간이 임박하자 총회 장소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 위태로운 상황이 연출됐다.
정부와 강남구청은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확인됐을 경우 조합 측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강남구청에서 지난 17일 조합 측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고발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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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