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째 잠행 중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이번 주 중 국회에 복귀하기로 했다. 전제조건은 상임위원장 선출과 관련해선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것이다. 충북 보은의 속리산 법주사에 머물고 있는 주 원내대표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주 중에 국회로 돌아간다”며 “18개 상임위원장을 더불어민주당이 다 가져가라.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18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에 다 줘도 야당 역할은 치열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거대 여당의 일방독주라는 점을 부각하며 여론전에 집중할 방침이다. 통합당은 일부 상임위원장을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기보다 상임위원장 전부를 민주당에 내주고 책임까지 지우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통합당 초선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를 찾아가 법제사법위원장을 포기한 원 구성 협상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하영제 의원은 “민주당 주도의 원 구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당 원내대표로서 국회에 돌아와 대여 투쟁을 이끌어 달라는 초선들의 생각을 전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에는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비서실장,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박덕흠 의원 등이 주 원내대표를 찾아갔다. 당내 인사들이 잇달아 주 원내대표를 찾아 복귀를 설득한 것이 주 원내대표의 결단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대북 위기 상황에서 상임위 보이콧을 계속하기는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가 ‘18개 상임위원장을 전부 가져가라’고 한 데 대해 “참으로 안타깝다. 주 원내대표 발언이 본심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며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라고 하는 게 정확한 포기의 의사인지, 민주당을 압박하는 다른 형태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의 국회 복귀로 일단은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철회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며 확고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는 것 역시 무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어서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해찬 당대표도 상임위원장 독식은 일방적으로 비칠 수 있다며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주말 내내 공식 일정 없이 대응책을 고심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직 김성원 통합당 수석부대표와 논의를 하지 못했다.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등은 22일 예정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 주까지 주 원내대표가 국회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 추경과 남북 문제 등 시급한 현안이 있는 상임위인 예결위·정보위 위원장만 우선 선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이 같은 처리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주 원내대표가 복귀하는 대로 의장 주재 회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가현 심희정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