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차 대유행 우려가 높아지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경제 후퇴 우려가 만만치 않지만 찬성론자들은 인명 손실 자체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라고 반박한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일자 보고서 ‘코로나19 시대 정책목표 재검토와 시사점’에서 “코로나 시대에는 생명과 건강을 보전함에 따라 얻게 되는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코로나19에 심각한 인명 피해를 입은 선진국 사례를 들어 경제적 풍요가 생명을 담보해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경제 규모 상위 50개 국가를 분석한 결과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높을수록 1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도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솔로몬 시앙 미국 UC버클리 글로벌정책연구소장은 최근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한국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다면 1150만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1만2000명대인 이날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약 958배 규모다. 편의상 현재 2.3%인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을 적용하면 26만4500명 정도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목숨을 건진 셈이다.
이윤석 연구원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예방한 사망자 규모로 볼 때 국내 GDP의 50%를 훌쩍 넘는 효과를 냈다고 판단했다. 한양대 대학원 경제학과 김효진씨는 2019년도 박사학위 논문(한국인의 통계적 생명가치 추정과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실증분석)에서 한국인 1인당 통계적 생명가치(VSL)를 최대 약 42억3000만원(2016년 기준)으로 추산했다. 이 금액을 적용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경제 가치는 1118조8350억원으로 2019년도 GDP(1919조399억원)의 58.3% 규모다. VSL은 개인이 치명적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을 말한다.
시카고 에너지정책연구소 마이클 그린스톤 소장은 최근 베커프리드먼연구소 조사보고서에 실린 ‘사회적 거리두기가 문제인가’라는 논고에서 미국의 경우 3~4개월 사회적 거리두기로 약 53만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추정하며 이는 미국 GDP의 30%에 해당하는 인명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일부에서는 2020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하회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한 삶의 유지”라고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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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