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없는 복지용 ‘징벌적 세금제’ 7년째 유지 논란

입력 2020-06-22 04:01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일환으로 도입된 징벌적 세금 제도가 7년째 유지되면서 현장에서 시정의 목소리가 높다. 탈루 세금 적발 차원에서 수입 신고를 잘못한 사업자에게 부가가치세를 돌려주지 않도록 했지만 조치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 관계자 및 입법기관에서도 ‘이중과세’ 가능성을 우려하며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해 개편 여부가 관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21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근혜정부는 2013년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제한’ 제도를 도입했다. 수입 제품에는 관세와 부가세가 붙는데, 제품 가격의 10%인 부가세는 최종 소비자 부담이어서 중간 수입업자가 부가세를 먼저 낸 뒤 나중에 돌려받는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수입 가격을 일부러 틀리게 신고하는 사업자에게는 부가세 일부를 돌려주지 않기로 했다. 이 경우 세관장이 부가세 환급의 기준이 되는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다.

국회 관계자는 “각 부처에 증세 대신 세수를 더 걷을 수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을 찾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런 분위기에서 나온 제도”라고 설명했다. 결국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법안을 발의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탈세 방지와 성실한 세금 납부라는 취지와 다르게 진통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사업자가 단순 착오나 귀책사유가 없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부가세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단순 착오가 어디까지 말하는 것인지가 명확지 않은데다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정부기관을 상대로 자신의 잘못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임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 조세 불복 건수는 제도 도입 후 2017년까지 4년간 100건이나 될 정도로 억울함을 토로하는 업자가 많았다. 2014년 한 의류 사업가는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당시 재판관들이 성실신고 유도의 정당성은 인정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논란이 없지 않았다. 현장의 원성이 높자 2017년 정부는 법 개정을 시도했으나 예외 사유를 ‘수입자의 착오 또는 경미한 과실’ 등으로 소폭 변경하는 데 그쳤다. 부처 간 이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의 문제점으로 이중과세와 조세원칙 위배를 꼽고 있다. 2017년 법 개정을 추진했던 김병규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수입 신고를 잘못하면 과태료로 가산세를 매기는데, 부가세까지 돌려주지 않는 건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이 같은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고 억울한 사례도 많아 개정을 시도했는데, 잘 안 됐다”고 말했다.

당시 국회도 이 제도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통해 “실질 과세의 원칙에 따라 납세자에게 원래 돌려줘야 하는 세금을 환급하는 것이 조세정의 실현에는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 규모는 2017년 연간 1443억원에서 최근 약 500억~600억원으로 감소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조세심판원에는 이 제도에 불복하는 이의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편적인 접근보다 근본적인 보완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한휘선 관세사(전 한국관세사회장)는 “불성실 사업자 제재가 목적이지만 기준이 모호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며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가능’이 아닌 ‘발급 불가’를 법에 열거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정재호 선임연구위원은 “각 사업자의 상황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너무 많은 제도다. 여러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현 정부도 박근혜정부처럼 증세 대신 탈세 감시 강화, 세원 발굴 등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번 제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법 도입 취지와 현장의 애로사항 등을 다각도로 보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