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타격에 멈춰버린 면세업계가 재고품 판매로 활력을 다소 되찾는 분위기다. 하지만 면세점 매출의 70% 정도가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에게서 나왔던 만큼 면세점의 실질적인 회복에는 ‘따이공의 귀환’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90% 이상 줄어든 면세점들은 유급·무급휴직과 단축근무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부터 주4일제나 주3일제,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고, 신라면세점은 지난달부터 주4일제를 실시 중이다. 신세계면세점도 5월부터 월급의 70∼8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시행해 200명 정도가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에선 2017년 사드사태 이후 중국발(發) 크루즈선 제주 입항 중단으로 크루즈산업 침체가 고착화된 것처럼 코로나19 이후 따이공의 발길이 완전히 끊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4월 6일부턴 제주국제공항 이용이 중단돼 제주시내 롯데, 신라면세점은 현재 휴점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에 전폭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어 따이공이 한국으로 올만한 유인이 부족해진 상황까지 조성됐다. 면세점은 직매입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금 확보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 직매입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면 악성 재고로 쌓이고, 자금력이 없으면 이 재고가 고스란히 부채로 남는 탓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면세업계는 대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중소업체들 가운데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곳도 적잖다.
그나마 지난 4월 관세청이 6개월 이상 장기 재고품을 다른 내수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재고 면세품 판매가 업계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줄 정도는 못 되지만 그래도 재고가 쌓여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했다. 재고 면세품 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면세점 중 가장 먼저 재고품 판매를 시작한 신세계는 판매 첫날 서버 마비 사태를 겪고, 준비한 수량의 상당수가 하루도 안돼 품절됐다. 신세계면세점은 22일부터 2차 판매에 돌입한다. 롯데와 신라면세점도 이번주 말부터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23일 ‘롯데온’을 통해 먼저 판매를 시작하고 26일부터 오프라인 매장 8곳에서 판매를 진행한다. 신라면세점은 25~26일쯤 자체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인 ‘신라트립’에서 40여개 브랜드의 재고 면세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는 재고 면세품 판매로 근근이 연명하면서도 ‘큰손’ 따이공의 귀환만 기다리고 있다. 따이공의 자유로운 왕래만이 업계가 깊은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통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업계를 좌우하는 건 여전히 따이공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중국인 관광객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도 당분간은 요원한데, 따이공의 왕래가 늘어나야 면세업도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위기 상황에 몰린 면세업 전망이 마냥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누가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관건”이라며 “당분간 효율화에 집중해서 최대한 사업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진영 문수정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