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늘어도 지갑 더 닫아… 고령층·외벌이 특히 안써

입력 2020-06-22 04: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령층과 외벌이가 다른 가구에 비해 지갑을 더 굳게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향후 가계경제가 어떻게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것이다. 올해 1분기 가구 소득은 1년 전보다 늘었지만 거꾸로 소비는 줄면서 ‘소득-소비 증가율’ 간 격차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 2분기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1일 발표한 ‘KIRI 리포트’에 실린 ‘최근 소비 감소의 가구 유형별 특징’ 보고서를 통해 “올 1분기 국내 가구의 소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10% 포인트 이상 낮았다”며 “이 같은 격차는 가구주 연령이 높을수록, 맞벌이가 아닌 경우일수록 더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가구의 소득 대비 소비 증가율의 차이는 11.09% 포인트로 나타났다. 연령이 39세 이하인 가구 처분가능 소득이 4.13% 늘었고, 소비 지출은 1.84% 줄었다. 이 경우 소득-소비 증가율 격차는 5.96% 포인트다. 이러한 격차는 40대 가구주(8.51% 포인트)보다 50대 가구주(10.65% 포인트)가 더 높았다. 60세 이상 가구의 경우 21.14% 포인트나 됐다. 소득이 14.26% 늘었는데 소비는 6.88% 줄이면서 나타난 결과다.

고령층 가구는 다른 가구에 비해 교통(-20.69%), 가정용품·가사 서비스(-19.80%) 지출을 크게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노인 계층의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면서 고령층 가구가 대인 접촉이 있는 항목을 중심으로 소비를 줄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벌이 가구도 맞벌이 가구에 비해 소비 감소폭이 컸다. 올 1분기 외벌이 가구의 소득 대비 소비 증가율 격차는 16.83% 포인트로 맞벌이 가구(5.15% 포인트)보다 세 배 이상 컸다. 외벌이와 맞벌이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7.34%, 5.84%로 크게 차이나지 않았지만 외벌이(-9.49%)가 맞벌이(0.69%)보다 소비를 크게 줄인 탓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소득보다 소비가 크게 감소했다는 점에서 이들 가구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가계경제 불확실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수경기 회복은 일부 계층의 소비 증가로 뒷받침되기 어렵기 때문에 전반적 소비 증가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