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희생을 치른 대구가 ‘영남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에 실패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지면서 대구시와 지역 의료계, 정치권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영남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최종후보 경쟁(질병관리본부 주관)에서 최근 대구가톨릭대병원이 탈락하고 양산부산대병원이 선정됐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해당 지역의 감염병 치료와 연구, 인력양성 등을 맡는 병원으로 영남권 병원은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을 맡는다. 대구에서는 이번 공모에 대구가톨릭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등 4곳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유치 열기도 뜨거웠다. 부산·경남에서는 3곳(부산삼육병원·창원경상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이 응모했다.
대구지역 의료계는 선정에 대한 기대가 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았고 환자들을 치료하며 많은 데이터와 노하우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또 대구가 남부지방 중심에 위치한 점도 기대를 거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양산부산대병원이 선정되면서 대구지역에서는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한 노하우보다 향후 시설투자 여건만 보고 병원을 선정했다’ ‘정부 정책에서 대구가 배제된 것이다’ 등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선정 결과에 깊은 실망과 유감을 나타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지역임과 동시에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 방역 모범도시”라며 “대구가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의 최적지임에도 양산부산대병원을 선정한 것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라고 밝혔다. 또 “영남권의 인구는 1283만명으로 553만명인 중부권이나 515만명인 호남권의 두 배가 넘기 때문에 영남권에 1곳의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구·경북에 감염병 전문병원의 추가 지정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단체 모임인 메디시티대구협의회, 미래통합당 추경호 국회의원(대구 달성군)도 성명서 등을 내고 대구·경북권 추가 지정 등을 촉구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