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이름 바꿔라”… 인종차별 논란 텍사스 레인저스

입력 2020-06-22 04:08

타자 추신수가 소속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 텍사스 레인저스가 팀 이름을 바꾸라는 여론의 요구에 난처해하고 있다. 인종 탄압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은 구단명이 지역을 대표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논란은 지역지인 일간 시카고트리뷴 필진 스티브 채프먼의 칼럼에서 시작됐다. 미 전역에서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를 내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빗발치는 가운데 채프먼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레인저스는 폭력적·인종차별적 역사의 경찰을 기념하는 구단명을 바꿔야 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텍사스 레인저(순찰대)’가 19세기 이 지역에서 유색인종 마을을 불태우고 무고한 주민을 학살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던 역사를 지적했다.

최근 텍사스주의 인구에서 히스패닉계의 비중이 비(非) 히스패닉계 백인의 비중과 맞먹을 정도로 높아진 것도 텍사스 레인저라는 이름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텍사스 경찰은 이달 초 텍사스 레인저의 과거 만행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수도 댈러스 러브필드 지역에 1962년부터 설치되어 있던 텍사스 레인저 동상을 철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텍사스 레인저 구단은 20일 공식 성명을 통해 거부 입장을 밝혔다. 구단은 “우리 이름이 본래 사법기관에서 따온 것일지라도, 레인저스는 1971년 구단 창단 당시부터 스스로의 독립된 정체성을 일궈왔다”며 “레인저스는 평등을 지지하며 그 어떤 형태의 인종주의와 편협함, 차별을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프로 스포츠 이외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130여년 동안 미국 내 유명 식품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던 ‘앤트 재미마(Aunt Jemima)’다. 노예제 당시 가사일을 맡은 미 남부 흑인 노예 여성의 전형적 이미지를 내세워왔다는 비판이 일자 제조사 퀘이커오츠는 지난 17일 브랜드를 다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흑인분장한 백인 코미디언의 얼굴을 로고로 삼았던 치약 브랜드 ‘달리(Darlie)’ 역시 최근 브랜드를 고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2013년 그래미상 컨트리음악 부문을 수상했던 미 컨트리밴드 ‘레이디 앤트밸럼(Lady Antebellum)’ 역시 과거 미 남부 노예제 사회를 낭만화 했다는 비판을 받은 뒤 최근 이름을 ‘레이디 A’로 바꿨다. ‘앤트밸럼’이라는 이름이 노예제 폐지 이전인 남북전쟁 이전을 의미해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