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비건 회동… 한·미, 남북관계 파국 막기 소통 나섰다

입력 2020-06-20 04:00
연합뉴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관계가 심각한 위기를 맞자 한·미 양국 차원의 대응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한·미 고위급 소통이 활성화됐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 국면에서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을 강조했다. 동시에 미국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와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대북 군사적 압박 가능성도 함께 내비쳤다.

이 본부장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모처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회동하고 한반도 정세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당초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하려 했으나 전날 덜레스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장면이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방미 사실이 공개됐다.

이 본부장과 비건 부장관은 북한이 최근 보여준 일련의 극단적 행동들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리선권 외무상이 지난 12일 대미 비난 담화에서 ‘핵전쟁 억지력’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토록 하는 방안이 언급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 본부장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도록 미국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미·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접촉에서도 북한 문제가 논의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지난 17일 하와이 회담에서 대북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고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 등 상호 관심사에서 (중국과)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스틸웰 차관보는 미·중이 갈등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양국이 여전히 협력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력 가능한 분야도 존재한다. 북한이 그 분명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미·중이 힘을 합칠 수 있다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켜 핵 문제를 논의토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를 위협적 행동으로 규정하고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 차관보 대행은 전화 간담회에서 “최근 우리가 분명히 목격했듯이 북한은 역내에서 매우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비상한 경계 태세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연합훈련 재개와 전략자산 전개 문제와 관련해 “한국 국민 보호를 위한 연합 억지력과 방위 능력 제공을 위해 동맹국인 한국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공군 전략폭격기 B-52H가 지난 17일 동해상에서 미 해군 전자전 공격기 EA-18G와 함께 초계 비행을 하고 있다. B-52H 기내에서 찍은 사진이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이날 B-52H 2대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 등과 함께 동해 일대에서 연합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 공군은 본토에 주둔하는 B-52H 전략폭격기가 최근 동해상에 전개해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 등과 함께 훈련을 한 사실도 공개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