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8일 정부 외교안보 관계 장관들을 불러모아 최근 북한의 대남 공세와 관련해 정부 부처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여당 지도부가 외교안보 관계 장관들을 면전에서 직접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는 민주당 지도부 및 외통위·국방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전날 사퇴 의사를 표명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대신해 서호 차관이 참석했다. 정부부처의 외교안보라인 수장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들을 향해 “대북전단과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관계부처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향한 대통령의 의지를 정부가 제대로 뒷받침하고 있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안보라인을 향한 민주당의 구체적인 요구사항도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국방부는 북의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안보태세에 만전을 기해주고, 외교부는 최대의 외교 전략으로 미국 중국 등과 긴밀히 소통하며 대북 공조를 강화해 달라”고 말했다. 통일부에는 “실질적인 남북 관계 개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도발행위를 지속하는 북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개성과 비무장지대에 군사를 배치하고 있는데 이는 4·27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정부의 특사 파견 제안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는 “외교적 사안을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위협적인 발언을 이어가는 것 역시 지켜야 할 선을 넘은 행위”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북한 총참모부가 예고한 4가지 군사행동과 관련해 “한·미 감시정찰을 통해 24시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보고했다. 정 장관은 북한 병력의 조직적 움직임이 보이는지 묻자 “아직 그런 건 없다”면서도 “GP(비무장지대 내 초소) 일대에서 병사들이 평소보다는 이동하는 숫자가 늘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는 부대 차원 이동 의미는 아니라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국방위원장을 지낸 안규백 의원이 한·미워킹그룹 역할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강 장관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추진도 안건으로 논의됐다. 강훈식 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정부가 입장을 정해 국회로 가져오면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은 정부의 대북 정책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회의에서 “연락사무소 폭파는 그동안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대북 정책이 너무나 안이한 사고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우리 힘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망상”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부 장관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등 외교안보라인 책임자들을 전부 제정신 박힌 사람들로 교체해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굴종적인 자세와 태도가 핵 폐기 없이도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망상을 북한에 심어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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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심희정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