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자 한모씨, 과거 檢에 “비리 진술 확보해주겠다”

입력 2020-06-19 04:07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대검찰청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찍어 지시한 인물은 2010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증언 회유가 있었다고 최근 언론을 통해 폭로한 재소자 한모씨다. 그는 10년 전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한만호씨가 진술을 번복하려 한다는 조짐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었다. 한씨는 함께 조사를 받은 다른 재소자 최모씨, 김모씨와 달리 법정에 증인으로 서진 못했다.

검찰 수사팀은 한씨의 진술 신빙성에 문제가 있어 증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한씨는 당시 특경가법상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6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었다. 그는 1997년부터 사기죄, 공문서위조죄 등으로 실형을 여러 차례 선고받은 인물이었다. 무엇보다도 한씨가 검찰 조사 때 “정치인 비리와 관련해 진술을 확보해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이 “‘오버’한다. 믿을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최씨가 지난 4월 법무부에 제기한 진정사건과 관련해 중요한 참고인 역할을 할 것으로 지목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진정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서 전담조사토록 하면서 현재 광주교도소에 있는 한씨도 소환조사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 애초부터 컸다. 한때는 한만호씨의 증언 번복 조짐을 폭로했던 그가 시간이 흘러서는 검찰의 증언 회유를 주장하는 배경도 법조계의 궁금증이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씨의 입장을 대신 전달했다. 한씨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의 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법무부나 대검 감찰부의 직접 감찰·수사에는 적극 협력하겠다는 취지로도 받아들여졌다. 추 장관이 대검 감찰부가 나설 것을 지시함에 따라 한씨는 태도를 바꿔 조사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한 전 총리의 사건 수사와 관련된 진정사건의 처리 경과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깊어가는 모양새다. 대검은 이번 사건을 인권 관련 부서에 맡긴 것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지만 추 장관의 지시는 윤 총장이 내세운 그간의 논리와 부딪힌다. 대검은 “징계시효가 완성된 사안은 원칙적으로 감찰부 소관이 아니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었다.

추 장관이 그간 대검이 “이번 사안은 감찰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한 것을 역으로 파고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감찰 사안을 놓고 벌어진 지시였다면 독립성을 해치는 처사라는 비난을 무릅써야 했겠지만, 검찰이 스스로 일반 사건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총장에 대한 지휘권 발동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청법에 따라 총장에게 구체적인 지휘권을 행사한 예로는 2005년 천정배 전 장관의 김종빈 전 총장에 대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불구속 수사 지휘가 있다.

추 장관의 지시 직후 바쁘게 검토에 들어간 대검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물밑에서는 “총장의 배당 자체는 부정하지 않은 틈새 지휘”라는 평가가 나왔다. 추 장관의 구체적 지시는 결국 여러 참고인 중 1명인 한씨에 대한 조사를 대검에서 맡아 주라는 것일 뿐, 윤 총장의 사건 배당 자체를 문제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