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DJ 가교, 친박 좌장, 풍운아… “서생과 상인 면모 겸비한 정치인”

입력 2020-06-19 04:08
사진=연합뉴스

‘정치 풍운아’로 불렸던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 17일 77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한국 정치사의 가파른 굴곡에 늘 함께였다. 1981년 11대 민주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고인은 18대까지 6선을 했다. 92년 대선에서는 민주당에서 김대중 후보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김영삼정부 때인 97년 정무제1장관을 역임했다. 정계를 은퇴한 2012년까지 30년이 넘는 세월을 정치권에 몸담았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고인은 13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정치평론가로 활동했다. ‘홍사덕 라디오 칼럼’이나 96년에 낸 저서 ‘지금, 잠이 옵니까’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고인은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역할을 했다. 2007년과 2012년 잇따라 박근혜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친박연대 소속으로 당선됐다.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졌다. 이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하며 정계를 은퇴했다.

신민당 시절부터 고인을 지켜봤던 홍문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YS, DJ의 정치적 간격이 멀어졌을 때 가교 역할을 하며 지혜를 발휘했던 훌륭한 정치 선배”라고 그를 기억했다. 홍 의원은 또 “고인은 정권을 잡기 위한 밑거름이 되겠다며 용단을 내릴 줄 알았다”며 “‘정치인의 힘은 돈이나 인맥이 아니라 유권자에게서 나온다’는 그의 말씀을 지금도 가슴에 깊게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5선의 정진석 의원은 “고인은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의원들을 소개할 때 늘 수식어를 붙이는 습관이 있었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겸비했던 멋진 정치인의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기도한다”고 추모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고, 장지는 경북 영주 선영이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임경미씨와 아들 재선, 딸 은진·세나씨가 있다. 발인은 20일 오전 7시.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