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개강을 한 대학들은 중간고사까지 온라인으로 치렀다. 하지만 일부 대학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돼 학생들이 중징계를 받았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하는 대학도 있다. 성적표에 시험성적을 표기할지, 패스(Pass) 여부만 표기할지를 학생이 선택하게 하는 제도다. 부정행위를 줄이겠다는 의도지만, 패스 여부만 표기할 수 있는 과목은 공부하지 않고 다른 과목만 공부하게 할 우려가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김성이(74) 영락교회 은퇴장로는 지난 17일 교회에서 인터뷰를 갖고 “부정행위는 나쁘지만, 온라인 시험과 부정행위, 징계, 대책 등 일련의 절차가 모두 학생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학생은 교육의 대상이지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행위가 예상되는데도 보완책 없이 온라인 시험을 강행한 건 교수들이 학생들을 함정에 빠뜨린 것과 마찬가지”라며 “학생의 잘못은 교수의 실패에서 출발한다는 인식 아래 온라인에 걸맞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장로는 성심여대를 거쳐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청소년보호위원장,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장을 역임했다.
김 장로는 “코로나19로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대학이 일이 터질 때마다 미봉책만 내놓는 건 무책임하다”면서 “강의와 시험 모두 온라인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평가 방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똑같은 시험문제를 주고 온라인을 통해 풀라고 하는 것은 부정행위 양산책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김 장로는 “1번 문제의 답을 맞히면 2-1번 문제로 넘어가고, 틀리면 2-2번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시스템을 바꿔 학생마다 수준에 맞는 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대안”이라며 “온라인 평가라면 최소한 이런 정도의 장치를 만들어 획일적인 시험을 보지 않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3년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친 김 장로는 평가도 교육의 연장 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교육과 평가를 별개로 보는데 절대 아니다”면서 “평가도 교육의 한 과정이다. 학생이 정해진 교육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모든 과정이 교육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늦깎이 신학생인 그는 오는 8월 실천신학대학원대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받는다. 김 장로는 “살면서 수차례 하나님의 섭리를 체험했는데 2016년 말 장로에서 은퇴하니 신학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졌다”며 “신학석사 과정에 진학했는데 성경을 깊이 이해하고 사역을 더 구체적으로 꿈꾸게 되는 등 무척 유익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중직자나 전문직 기독인들에게도 신학 공부를 권했다.
사회복지법인 자광재단 이사장인 그는 ‘디아코니아 사역’에 집중할 예정이다. 디아코니아는 봉사를 의미한다. 김 장로는 “물질만 나눠주는 복지에서 벗어나 영성을 깨우고 울리는 영성 복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