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교직원 징계 수준을 정직 12개월까지 대폭 늘린 독자적인 징계 규정을 만들었으나 교육부가 사실상 ‘불가’ 의견을 전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서울대와 교육 당국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월 28일 “서울대 교원 징계 규정을 사립학교법이 정한 징계기준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는 의견을 서울대에 냈다. 서울대는 지난해 7월 제4차 이사회에서 ‘서울대학교 교원 징계 규정(안) 원안’을 의결, 자체 징계 규정을 만들었다. 교원 대상 징계 중 정직 기간을 기존 최장 3개월에서 최장 12개월로 바꾸는 것이 주 내용이다.
교육부는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들어 서울대 징계 규정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요구했다. 앞서 교육부의 해석 요청을 받은 법제처는 지난 2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준용하도록 하는 사립학교법의 명문 규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사립학교법 제61조3항은 “정직은 1월 이상 3월 이하의 기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가 된 교원 징계 규정은 지난해 서울대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만든 독자적인 교원 징계 규정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독자적인 교원 징계 규정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많아 새로 만들고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그동안 별도의 징계 규정 없이 사립학교법에서 정하는 규정을 따랐으나 징계 수준이 너무 약하다는 비판이 학생들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2017년 서울대 사회학과 H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갑질과 성추행을 저지르고도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해 만들어진 교원 징계 규정이 서울대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도 실제로는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실제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대는 교육부의 개정 요구를 받고 “올해 하반기까지 징계규정을 개정하겠다”며 “개정 전까지는 사립학교법에 준하는 징계규정에 따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 이사회에서 최종결정한 서울대 내부 규정은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항은 아니다”면서도 “학내 의견 수렴을 통해 교육부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원 징계 강화 요구를 계속해서 요구해온 학생들은 개정된 징계 규정이 적용도 되기 전에 좌초될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대 대학원총학생회 관계자는 “서울대 인권센터가 교수 비위 사건에 대해 정직 3개월 이상 징계를 권고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최장 3개월에 불과한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며 “교수 비위 사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는 풍토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