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신 공무원 7년차 “후회 없죠”

입력 2020-06-19 04:02

농축산 분야 방역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과의 막내 박진경(25·사진) 주무관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올해로 공무원 생활을 한 지 7년 차를 맞았다. 경북 안동시 소재 특성화고를 졸업하면서 9급 공무원으로 사회에 발을 내디딘 탓에 경력이 꽤 길다. 소속기관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1월 농식품부로 발령이 났다. 본부 인력 중 유일한 고졸자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만으로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다. 박 주무관이 포기한 다른 선택지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그는 고교 3학년 때 서울대 조경학과 합격 통지서를 받았지만 진학을 포기하고 공무원을 택했다. 당시 동기생 중 서울대에 합격한 것은 박 주무관이 유일했다고 한다.

그가 서울대를 포기한 것은 ‘불안감’ 때문이다. 서울대 조경학과를 간다고 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학원까지 나와야 하는 곳인데, 지방 출신인 박 주무관에게는 이것조차 부담이다. 등록금뿐만 아니라 자취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6년 이상 투자해야 한다는 현실보다는 취업이 낫다고 본 것이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난 박 주무관은 “어차피 대학에 진학해도 졸업할 때면 취업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에 미리 취업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취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박 주무관이 중학생 시절 특성화고를 선택한 이유는 ‘대학’이었다. 그는 “내신을 잘 받아서 좋은 대학 갈 수 있다는 말에 일반고 대신 특성화고를 택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진학을 해 보니 공무원 시험을 비롯한 취업 과정과 대학 입시 과정을 동시에 이수해야 했다. 박 주무관은 두 가지 선택지 속에서는 취업이 낫다고 본 것이다. 일찍 나선 사회생활. 만족도는 어떨까. 박 주무관은 “예산 업무를 맡고 있는데 뭔가 바꾸는 일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심각한 취업난이 그에게 무의식적인 선택을 강요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서울대를 포기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주무관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다만 “가끔 ‘그때 대학을 갔으면 어떻게 됐을까’하고 생각이 들 때는 있다”고 덧붙였다. 진학과 취업을 함께 생각해야 하는 박 주무관과 같은 90년대생 공통의 고민이기도 하다. 박 주무관은 “정답은 없는 거 같다. 다만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진학이든 취업이든 그때 필요한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