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세계경제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추가 부양책으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시동을 걸고 나섰다. 소비 등 일부 경기지표가 급반등하자 2분기 경기저점을 기정사실화하면서 V자 반등 모멘텀을 살려 나가겠다는 취지다. 두 나라의 부양책은 이미 3차 추경을 발표한 한국을 비롯해 경제규모 3, 4위의 일본, 독일 등의 재정확대 정책과 맞물리면서 상승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최근 5월의 미국 실업률 급감에 이어 소매판매가 예상치인 7.7%를 훨씬 뛰어넘는 전월 대비 17.7% 폭증한 점 등을 두고 경기가 2분기에 바닥을 드러냈다며 V자 회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2조 달러 규모의 4차 재정 부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5월 소매판매 서프라이즈는 트럼프가 추가 부양책을 서두르는 트리거 역할을 했고 3분기 중 추가 부양책을 서두를 이유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3조6000억 달러가 투입된 1~3차 부양책이 실업수당 확대, 소상공인 대출 확대 등 급한 불을 끄는 차원이었다면 4차 부양책은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 및 5G 이동통신 구축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 확대를 노리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1조 달러가량의 인프라 투자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이 4.7% 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지지율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최대 10% 포인트 이상 벌어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자리 회복이 관건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9월까지 일자리가 증가로 연결돼야 하므로 3분기에 재정투입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최근 전인대에서 확정된 1조 위안 규모의 특별국채 발행계획을 18일 1000억 위안 발행을 시작으로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경기부양을 위해 특별국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도 미국처럼 5월의 생산과 소비 등이 호조세를 보인 만큼 모멘텀을 살리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중국의 월간 산업생산증가율은 코로나19 여파로 1∼2월 -13.5%로 급락했다. 이후 3월 -1.1%, 4월 3.9%, 5월 4.4%로 V자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동월보다 2.8% 감소했지만 전월의 -7.5%보다 개선됐다. 중국 정부는 부양책을 내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베이징 등 지방정부 중심의 소비활성화 정책과 더불어 재정을 동원해 인프라 활성화로 병행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유럽연합도 최근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7500억 유로의 경기회복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3월 이후 1조3000억 유로의 재정을 투입한 독일은 최근 1300억 유로의 추가 부양책을 발표했다. 1차 부양책으로 117조엔을 쏟아부은 일본 정부는 100조엔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재정투입 규모는 각각 GDP의 39.2%, 37.9%나 된다. 미국은 2조 달러의 4차 부양책 추가 시 15.7%에서 25.1%로 늘어난다. 한국의 1~3차 추경 투입 규모는 3.1%로 이들 나라에 비하면 보수적이다. 대신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을 동원한 정책 패키지까지 감안할 경우 GDP의 33.1%로 급증한다.
최근 미국 일부 지역과 중국의 베이징 등지에서 나타나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이 같은 추가 부양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차 유행 발발 시 경제 재봉쇄가 단행될 경우 재정만 낭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3~4월 전국 단위로 진행된 봉쇄(Stay at home)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이로 인해 더딘 경제회복은 정책대응으로 상쇄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