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유행 중 좀비영화… 생존에 대한 얘기 해봐요”

입력 2020-06-19 04:01
24일 개봉하는 100억원 규모의 좀비물 ‘#살아있다’ 포스터. 롯데컬처웍스 제공

배우 유아인(34)의 필모그래피에서 24일 개봉하는 영화 ‘#살아있다’는 다소 독특한 작품이다. 2004년 성장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한 후 영화 ‘베테랑’ ‘버닝’, 드라마 ‘밀회’ 등을 통해 줄곧 무게감 있는 역할을 선보였던 그는 이 영화에서 주변에 있을 법한 해맑은 청년으로 변신한다. 그의 나이대에 맞는 편안한 연기가 장르성 강한 좀비물에 공감을 더한다.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유아인은 “내가 연기하는 준우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으면 했다. 지금껏 했던 역할 가운데 가장 진지하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제일 너 같다’고 말하더라”며 웃었다.

100억원 안팎의 제작비를 들인 ‘#살아있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 이후 개봉하는 상업영화로는 가장 규모감 있는 작품이다. ‘K좀비’의 열풍을 잇는 작품으로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백미다. 원인불명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갑자기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도시는 전화, 와이파이 등 통신이 끊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아파트에 고립된 준우와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은 생존을 위한 탈출을 시도한다.

유아인은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평범한 청년 준우 역을 연기했다. UAA 제공

이번 작품으로 첫 좀비물에 도전한 유아인은 홀로 영화의 절반가량을 이끈다. 그래서 도전의식을 느꼈다는 유아인은 “리허설 등 준비를 가장 많이 한 영화다. 촬영 이후엔 편집본을 유난스러울 정도로 봤다”며 “초반부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 영화는 처음이라 부담 됐지만, 현장을 더 즐기려 했다”고 전했다.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박신혜에 대해서는 “존재감이 대단하면서도 부정적인 면이 없는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영화는 여타 좀비물과 결이 다르다. 그로테스크한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액션으로 외피를 두른 영화는 ‘생존’에 관한 성찰을 준우와 유빈의 선택을 통해 담아낸다. 유아인은 “‘#살아있다’는 좀비 영화로서 흥미로움은 가져가면서도, 스케일에 집중하기보단 인물들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독특한 영화”라며 “코로나19 유행 중에 ‘생존’이나 ‘삶’에 대한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힘을 빼고 준우를 연기하면서 유아인은 연기와 삶에서의 ‘여유’도 생각하게 됐다. 그는 “20대 때는 배우의 역할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메시지 있는 영화들을 우선순위에 뒀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이번에 준우를 연기하면서 편하고 재밌게 흘러가는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가 2014년부터 화가 디자이너 사진가 등이 모인 창작집단 ‘스튜디오 콘크리트’를 이끄는 것도,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을 통해 데뷔 후 첫 예능 출연에 나선 것도 그런 성장의 일부였다.

지난해 초 KBS 1TV 교양 프로그램 ‘도올아인 오방간다’를 비롯해 SNS 등에서 소신을 주저 없이 밝혀왔던 유아인은 “사람들의 생각과 인간 유아인의 실체를 조율하면서 사는 과정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자연스럽고 솔직한, 자유로운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