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과잉보호로 망가진 아이와 가정 공동체 안에서 사랑으로 이겨내

입력 2020-06-22 00:08

막내딸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다가 일곱 살 때 동생이 태어나며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엄마가 사과를 사와 어린 동생만 줬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추운 겨울에 털 실내화도 신지 못했다. 소풍날에도 나만 홀로 서럽게 도시락밥을 먹으며 내가 아이를 낳으면 결코 이렇게 기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자 내 삶 전체는 아이의 것이었다. 먹고 자는 시간까지 철저히 관리하며 더러운 식당에 데리고 갈 수 없어 가족들 모임에도 빠졌고, 아토피에 대한 염려로 수시로 청소하고 이불은 매일 널어 말렸다. 잠시도 떨어질 수 없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두 아이를 품앗이 육아와 홈스쿨링을 했다.

도저히 혼자 감당할 수 없어 결국 다섯 살 때 큰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다. 그런데 유치원에 간 아이는 매일 울며 집으로 왔고, 시간이 지나니 손을 빨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혼을 냈고 나중에는 손을 묶고 소리까지 질렀다. 너무 고민이 돼 소아정신과를 찾아갔는데 분리불안이라면서 계속 엄마가 양육하면 불안지수는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며 문제아 취급을 했다. 그러다 아이는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더욱 심하게 아이를 다그치는 내 마음은 지옥이었다.

‘그동안 내가 해온 것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거였나?’ 성당에 열심히 다니던 나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그 무렵 친한 이웃의 한 언니가 ‘준혁 엄마! 하나님이 살아계신 걸 믿어?’ 했다. ‘당연하죠. 하나님이 살아 계시니까 믿죠.’ 그러자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데? 증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언니는 하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죽고 부활할 것이 미리 약속돼 있고, 그 약속대로 십자가에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바로 하나님 아들이라고 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아! 하나님이 오셨다 가셨구나. 하나님이 살아계셨구나.’ 정말 성령의 역사였다. 그리고 ‘준혁 엄마의 주인은 누구야?’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며 죄가 딱 보였다. 부활의 증거를 주셨는데도 그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가 주인 돼 살아온 죄! 나는 그 죄를 통렬히 회개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모셨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니 아이들도 안정을 찾으며 손을 빨거나 눈을 깜빡이는 증세가 서서히 사라졌고, 학교에서도 밝은 아이라는 칭찬을 받기 시작했다. 어느날 첫째가 ‘엄마 사랑해요! 그런데 예수님을 더 많이 사랑해요! 엄마는 두 번째예요’라는 고백을 할 때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불안장애였음을 알았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우리 가정에 귀여운 셋째 아이를 선물로 주셨다.

동생에게만 사과를 주시던 마음, 털 실내화를 못 사 주시던 마음, 김밥도 싸 주지 못한 마음을 알게 되니 엄마에게 너무 죄송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야수와 같던 아내가 변했다며 감격하던 남편도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지금 남편은 ‘부모인 우리가 더 기도하며 초점을 예수님께 맞춰주고 말씀을 많이 넣어주자’며 자녀양육도 주님 안에서 함께한다. 아이들이 복음과 공동체 안에서 자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감격이다. 예수님이 주인이 된 가정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알게 된다. 내 욕심 때문에 망가진 아이와 가정이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엄마가 된 것이 꿈만 같다. 남편과 함께 주님께서 맡겨주신 세 아이들을 이 시대를 살릴 사명자로 기를 것이다.

황주희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