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은 옷에 새 표정을 입히는 작업이에요. 패턴에 따라 옷의 표정이 달라지죠.” ‘패턴’은 디자이너의 스케치로부터 의류의 기본 모형(패턴)을 제작하는 일이다. 패턴사는 디자이너의 스케치를 토대로 용지 혹은 컴퓨터프로그램(CAD)을 이용해 의류 패턴을 그린다. 의복제작에 사용할 원단재질의 특성을 고려해 패턴제작에 반영한다. 체형이나 크기에 따라 각기 다른 패턴을 제작하기도 한다.
“의류 디자이너는 매혹적”
이호건 패턴코드 대표는 패턴을 표정에 비유했다. 원단 특성과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은 패턴 기술은 제품의 표정을 울상으로 만든다는 것. 디자인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다는 그의 말에는 8년차 패턴사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의 공유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 대표에게 패턴사가 된 계기를 묻자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갔다. 그를 패턴 업계에 뛰어들게 한 건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마주친 TV프로그램이었다. 이 대표는 “당시 우연히 본 디자이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의류 패턴을 뜨는 한 디자이너에게 반한 적이 있다. 옷에 관심이 많았던 당시 패턴이라는 작업에 매력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옷을 사랑하는 마음에 20대 초반 원단시장부터 뛰어들었다”며 “다양한 원단을 보면서 옷을 만드는 소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패턴기술 배우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에만 해도 패턴기술을 가르쳐주는 기관이 많지 않았다. 이 대표는 “패턴기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간 중년의 패턴사에게 기술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500만원이라는 돈을 요구했다”며 “20대 초반인 나이에 거액이었기 때문에 기회를 놓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돈 앞에서 무너질 꿈은 아니었다. 패션 대기업에 입사했던 그는 회사 소속 패턴사에게 눈동냥으로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일이 끝난 뒤에도 저녁에 남아 패턴사가 뜬 패턴을 그대로 따라 만들어보고 공부했다”며 “이튿날 출근하는 패턴사에게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달라고 했다. 좋은 분을 만난 덕분에 당시 좋은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 나와 내 살림 차려
대기업에서 패턴기술을 배운 뒤 사무실을 개업한 이 대표의 주 업무는 디자이너와의 소통이다. 이 대표는 “디자이너가 어떤 의도로 옷을 만들고 어떤 콘셉트를 보여주고 싶은지 계속 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다”며 “패턴만 뜰 줄 알면 그냥 일반적인 기술자일 뿐이다. 디자인적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감도를 같이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같이 맞춰나가는 일을 수행할 수 있어야 흔히 말하는 ‘모델리스트’라는 직업이 된다. 패턴코드라는 기업은 일반 기술자가 아니라 디자이너와 한 팀을 이뤄서 조력자 역할까지 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브랜드 육성 부푼꿈
2명의 직원을 둔 회사 대표지만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기술 노하우를 쌓는다기보다 시장조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신상품이 나오면 옷을 구매한 뒤 풀어서 공부한다”고 웃었다. 특히 공부는 디자이너 상담의 재료가 된다. 그는 “디자이너가 옷을 가져오면 공부한 사실을 토대로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며 “패턴사도 흐름을 맞춰 가려면 트렌드 분석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유행 흐름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패턴업계 걱정도 1등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 대표는 “젊은 나이에 패턴업계에 발을 디디고 싶지만 빛을 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패턴코드를 브랜딩 해 2호점을 내고 싶다”고 전했다. 또 “패턴하면 한국을 떠올릴 수 있도록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신민경 쿠키뉴스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