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 제원면, 초여름 밤 비단 강 수놓은 황홀한 반딧불

입력 2020-06-17 20:45 수정 2020-06-17 21:47
깊은 밤 충남 금산군 제원면 용화리 금강 변 습지를 가득 채운 반딧불이가 화려한 군무를 추며 ‘빛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풀잎에 붙어 약한 빛을 내는 것은 암컷, 날아다니며 밝은 빛을 내는 것이 수컷이다.

충남 금산군은 대둔산, 천태산, 양각산, 만인산, 수로봉 등 많은 산을 품고 있다. 산이 모두 아름다워 ‘비단 뫼’(錦山)라는 지명을 얻었을 것이다. 그 산들 사이로 물이 흘러 빚어낸 경치는 빼어나다. 대표적인 물줄기가 ‘비단 강’ 즉 금강(錦江)이다.

6월 금산을 지나는 금강의 명물은 반딧불이다. 몸길이 10∼14㎜로 ‘개똥벌레’로도 불린다.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이 체내 효소작용으로 산화하면서 스스로 빛을 낸다. 불빛은 구애의 신호다. 풀잎에 붙어 약한 빛을 내는 것은 암컷, 날아다니며 빛을 내는 것이 수컷이다.

용화리 앞 초록을 품은 금강이 석양에 물들어 있다.

국내에는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등이 서식한다. 애반딧불이는 논과 저수지 등 고인 물 주변에 서식하며 유충 상태에서는 물속 돌 밑에서 10개월 정도 산다. 야간에 물달팽이나 다슬기를 먹고 성장해 성충이 되면 이슬을 먹고 산다. 운문산반딧불이는 1931년 6월 경남 운문산에서 처음 발견돼 종명으로 굳었다.

성충이 된 반딧불이는 열흘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그동안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뒤 짧은 일생을 마친다. 애반딧불이와 운문산반딧불이는 6월 초부터 약 1달간 볼 수 있다. 늦반딧불이는 육생으로 8월 전북 무주 등에서 볼 수 있다.

금산군 제원면 용화리 마달피 금강 변에 반딧불이 군락지가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오후 10시가 넘어서자 반딧불이의 군무(群舞)가 시작된다. 나무와 풀의 형체만 겨우 보이는 강가 습지에 반딧불이가 빛을 비추며 밤 나들이를 나온다. 어두운 숲에서 크리스마스트리의 꼬마전구처럼 화려한 불을 밝히고 있다. 초여름 밤 ‘반딧불이의 향연’은 오전 2시까지 이어진다.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원골유원지 인공폭포.

용화리를 지난 금강은 인근 천내리에서 ‘천내강’으로 불린다. 용틀임하듯 굽이치는 물길이 장관이고, 주변 풍광이 절경이다. 산수 좋은 금산의 대표 원골유원지도 있다. 유원지 앞 부엉산에서 인공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낸다.

천내리 제원대교 부근에 ‘용호석’(龍虎石)이 서 있다. 논과 밭 사이에 280m 거리를 두고 보호각 안에 서 있는 용과 호랑이를 조각한 돌이다.

용호석에 고려 말 공민왕과 관련된 얘기가 전해진다. 홍건적의 난 때 공민왕이 피난하면서 국상을 대비해 천내리 뒷산에 능소를 정했고 그 표식으로 용호석을 조성했다고 한다. 전란이 끝나고 공민왕이 개경으로 복귀하면서 쓸모없어진 용호석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는 것이다.

천내리 들녘에 자리한 용석(왼쪽 사진)과 호석.

제원대교 반대편에는 임진왜란 당시 금산군수로 적을 막다가 순국한 권율의 사촌 형 권종을 기리는 전적비 ‘권충민공순절비’도 남아 있다. 그는 1592년 6월 24일 영동을 거쳐 금산으로 쳐들어오는 일본군을 막기 위해 제원찰방 이극경과 함께 개터에 진을 치고 천내강을 건너오는 왜군과 싸우다가 아들과 함께 장렬히 전사했다. 이승보가 비문을 짓고 11세손 정호가 글씨를 써서 1878년(고종 15) 유허비를 세웠다.

여행메모

금산 ‘향토음식’ 인삼어죽·도리뱅뱅이
여름철 물놀이 명소 수통리 ‘적벽강’

자가용으로 충남 금산군 제원면에 가려면 통영대전고속도로 금산나들목에서 나가면 된다. 제원대교 직전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용화리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용호석이 있고 2~3분 정도 더 가면 원골유원지다.

제원면 금강 변의 향토음식으로 인삼어죽이 유명하다. 금강 맑은 물에서 잡은 쏘가리, 메기, 잉어, 붕어, 빠가사리(동자개) 등에 인삼을 넣고 푹 고아 수제비나 국수를 곁들여 걸쭉하게 끓여 만든다. 전혀 비리지 않은 데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천내리 일대에 인삼어죽마을이 있다.

인삼어죽과 찰떡궁합인 민물고기 요리로 도리뱅뱅이가 있다.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빙 둘러놓아 이름을 얻었다. 기름에 한 번 튀긴 피라미를 고추장 양념으로 조려내 매콤하고, 고소하고, 바삭하다.

부리면 수통리 적벽강은 여름철 물놀이 피서 명소다. 부리면소재지에서 601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금강을 가로지르는 수통교와 적벽교를 건너가면 닿는다.



금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