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北 선을 넘었다” 단호… 야 “굴종적 대북유화책 결말”

입력 2020-06-18 04:02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7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선을 넘었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며 기존의 대북 유화적인 기조를 확 바꿨다. 민주당은 4·27 판문점선언 비준과 종전선언촉구 결의안도 잠시 보류키로 하는 등 청와대의 예상치 못한 초강경 태세 전환에 허겁지겁 보폭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또 남북 관계 위기의 책임을 전날 통일부 장관에 이어 이날은 국가정보원 탓으로 돌리며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관해 “한반도 평화의 상징을 파괴한 북한의 행동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틀 전이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당시 “남북 관계를 풀어갈 해법은 오직 신뢰와 인내에 있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판문점선언 비준을 논의하다 예상치 못한 청와대의 강경 기조에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갑석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판문점선언 비준은 먼저 정부에서 국회로 넘어와야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며 “현재 상황에서 추진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현 위기 상황의 책임을 외교안보라인 탓으로 돌렸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내정자인 김병기 의원은 이날 국정원의 부실 보고를 문제 삼으며 국정원 현안보고를 18일로 미뤘다.

김 의원은 국가정보원 등 정보 당국이 남북 관련 사항을 청와대에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 움직임은) 작년 10월부터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국정원이 청와대에) 혹시 희망 섞인 보고를 한 건지, 나쁘게 이야기하면 기망(欺罔)인데”라고 했다.

또 개별적으로 국정원 국장급 보고를 받은 민주당 정보위원들은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 대표 주재로 18일 외교안보부처 장관들을 불러 대응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을 향해 원 구성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런 내우외환 상황에서 정쟁이 극단으로 향하지 않도록 대승적 결단을 해 달라”며 “19일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퇴 의사를 밝힌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설득에도 “며칠 쉬겠다”며 잠행을 이어갔다.

김종인(오른쪽)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외교안보특위 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동안 문재인정부의 남북 관계 자체가 다 허구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의원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한없이 비굴하고 굴종적인 저자세 대북 유화책을 쓴 결말”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통합당 의원 46명은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행위 규탄 결의안’을 발의했다.

통합당은 김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험악해지는 여론을 의식한 꼬리 자르기”라고 꼬집었다. 다만 통합당 일각에서는 보수 정당의 강점인 외교안보 현안에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김용현 심희정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