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소장 길원옥 할머니 돈 착복 의혹… 檢조사 출석 양아들 “그 내용 그대로다”

입력 2020-06-18 04:02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부실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사진) 할머니에게 지급된 정부 지원금이 다른 계좌로 이체됐다는 정황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의연 측은 의혹 제기에 대해 “피해생존자 가족과 활동가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길 할머니 양아들 황모 목사 부부는 전날 정의연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에 출석해 6시간가량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황 목사는 기자들에게 “이제 더이상 숨길 것도 없고, 검찰 조사를 받았으니까 하나님께 그 결과를 맡길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는 길 할머니가 그동안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매달 약 350만원씩 지급받은 지원금의 행방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황 목사의 아내 조모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통장에 들어온 지원금을 누군가가 다 뺐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지난 1일 길 할머니가 머물던 마포 쉼터를 방문해 쉼터 소장 손영미씨에게 길 할머니 명의 통장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고, 지원금이 수차례에 걸쳐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사용처를 묻자 손씨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고, 손씨에게 해명을 요구한 뒤 쉼터를 나왔다는 게 조씨의 주장이다.

조씨는 지난 3일에도 손씨에게 사용내역을 밝혀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재차 보냈다고 한다. 이후 손씨는 지난 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황 목사 부부의 진술을 바탕으로 길 할머니 계좌추적 등을 통해 사용처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취재진과 만난 황 목사는 “그 내용 그대로”라고 했고, 조씨는 “내가 아는 선에선 모두 사실대로 어제 검찰 조사에서 말했다”고 강조했다.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은 이날 열린 1444차 수요집회에서 “피해생존자들과 함께해온 고(故) 손영미 소장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예의조차 갖추지 않은 채 고인의 생애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폄훼하고 있다”며 의혹 제기에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고인과 피해생존자 가족, 활동가들과 피해생존자 간 갈등을 조장하고 분쟁을 즐기며 고인에 대한 모욕은 물론 살아계신 길원옥 인권운동가의 안녕과 명예에 심각한 손상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일보는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자 이 이사장과 정의연 한경희 사무총장, 오성희 인권연대처장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인천=송경모 기자, 강보현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