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로 떠오른 7600원짜리 염증약… WHO “획기적”

입력 2020-06-18 04:02
영국 런던의 한 약국에서 16일(현지시간) 약사가 스테로이드 제제인 덱사메타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치사율을 낮추는 약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저가의 스테로이드제제인 ‘덱사메타손’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획기적인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방송 등은 16일(현지시간) 정부가 스테로이드제의 일종인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승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덱사메타손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이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덱사메타손을 투여했을 때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사망률은 눈에 띄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매우 훌륭한 소식”이라면서 “영국 정부에 축하를 보낸다. 옥스퍼드대와 병원, 시험에 참여한 여러 환자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덱사메타손은 1957년 개발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약물의 일종으로 주로 관절염이나 심한 알레르기, 천식, 일부 암 치료에 사용돼 왔다. 의료제도에 필수적이며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약물이 나열된 WHO 필수 약물 목록에 등재돼 있다.

옥스퍼드대는 지난 3월부터 지난주까지 말라리아약으로 알려진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렘데시비르, 덱사메타손 등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중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심장합병증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치료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났다. 렘데시비르는 초기 감염환자의 회복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 먼저 코로나19 치료에 사용이 허가됐지만 중증환자의 치사율을 낮추는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이 환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중증환자의 경우 덱사메타손을 투여했을 때 치사율은 28%로 나타났다. 덱사메타손을 투여하지 않은 환자들의 치사율은 40%였다.

연구진은 “팬데믹 초기에 덱사메타손을 사용했다면 최대 50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특히 가난한 국가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데 효과를 발휘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덱사메타손은 신체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과잉반응할 때 이를 막아주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불리는 이 증상은 체내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를 공격해 젊은 환자들의 치사율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를 이끈 피터 호비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현재 상황에선 코로나19 환자의 치사율을 낮춘 유일한 약물”이라면서 “코로나19의 주요 돌파구”라고 설명했다.

덱사메타손을 투여하는 치료 기간은 최대 열흘로 치료비용은 하루에 5파운드(약 7600원)가량이다. 덱사메타손을 투여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때 1명당 하루 투여량은 6㎎이며 주사 방식과 경구 투여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다. 입원 환자가 아닌 일반 환자가 약을 구매해 임의로 사용할 수는 없다.

다만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의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며 부작용도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한 목소리도 있다. 정은경 방역대책본부장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덱사메타손에 대한 질문에 “코로나19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라기보다 염증 반응을 완화해주는 목적으로 쓰는 약물로 판단한다. 보조적인 치료제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의학 전문가들은 덱사메타손이 면역을 떨어뜨려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