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접경지서 유혈충돌… 맨몸 난투극 인도軍 20명 사망

입력 2020-06-18 04:09
힌두 민족주의 단체인 ‘민족의용단(RSS)’ 산하 스와데시 자그란 만치(SJM) 소속 활동가들이 17일 인도 뉴델리에서 중국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과 인도 국경지대에서 양국 군대가 충돌해 인도군 20명이 사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와 중국 국경지대에서 양국 군인 600여명이 난투극을 벌여 인도군 20명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50년 가까이 국경 문제로 갈등하는 중국과 인도가 유혈충돌로 사망자를 낸 것은 1975년 이후 45년 만에 처음이다.

1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육군은 라다크 지역 갈완계곡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군과 충돌이 발생해 인도군 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실종자가 적지 않아 사망자 수는 더 늘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군에서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당국 관계자는 ANI통신에 “중국 측에서도 이번 충돌로 4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도 “중국군도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군은 사상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양측은 이번 충돌에서 서로 총격은 하지 않았고, 돌과 쇠막대기를 들고 싸운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15일 저녁 무렵 순찰을 돌던 인도 병력이 좁은 산등성이에서 중국군과 마주치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이후 싸움이 확산되면서 양측 병력 600여명이 주먹다짐을 하거나 돌과 쇠막대기를 들고 밤늦게까지 난투극을 벌였다.

양측 군은 지난달 5일 해발 4200m에 있는 판공호수에서 몸싸움을 벌여 11명이 부상을 입었고, 8일에는 시킴지방 나투라 지역에서도 난투극을 벌였다.

국경 문제로 1962년 전쟁까지 치른 인도와 중국은 여전히 국경을 확정하지 못해 3488㎞에 이르는 실질통제선(LAC)을 사실상 국경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의 약 9만㎢ 땅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인도는 카슈미르 악사이친의 3만8000㎢의 땅을 중국이 불법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충돌이 빚어진 갈완계곡은 인도령 라다크와 중국령 악사이친 사이에 있으며, 중국 본토에서 신장 지역으로 통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아누라그 스리바스타바 인도 외교부 대변인인 16일 밤 성명을 통해 “이번 폭력 충돌은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현재 국경 상태를 바꾸려 해 발생했다”며 사태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렸다.

반면 장수이리 인민해방군 서부전구 대변인은 “인도군이 약속을 어기고 실질통제선을 다시 넘어 도발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바람에 심각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며 “중국은 갈완계곡 지역의 주권을 유지해 왔다. 인도는 도발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