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家) 경영권 다툼’을 진행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이 지난 1일 결정된 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연합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 경영진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자금 마련 방안으로 당연히 기존 주주의 권리 보호를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선택해야 했는데, 주주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BW 발행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한진칼 이사회는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3000억원의 BW 발행을 결정했다. BW는 발행사가 향후 발행하는 신주를 미리 약정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의 사채를 말한다.
3자연합은 이번 BW 발행은 신규 투자자에게만 유리해 기존 주주들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3자 연합은 “발행 예정인 사채는 만기 수익률이 높고 초기 12개월은 매달 행사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등 발행 조건이 신규 투자자에게 현저하게 유리하다”며 “반면 기존 주주는 BW 확보를 위해 대규모의 청약 증거금을 납입해야 해 주식 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조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런 방안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3자 연합은 “한진칼은 BW 사채를 회사와 우호적 관계가 있는 금융기관이 취득하도록 할 것”이라며 “BW 발행이 우호세력을 늘리려는 속셈이라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법적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진그룹은 이에 대한 반박문을 준비했지만 공식 대응을 하지 않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날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이 온라인 간담회에서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에 대해 “(대한항공으로부터) 경영권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확약서를 받아놓았다. 추이를 계속 관찰할 것”이라고 언급하자 신중한 자세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룹 내부에선 “유상증자 참여 일정을 맞추기 위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을 선택한 것뿐인데, 비논리적인 비난”이라며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