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장문의 독설을 퍼부었다. 담화 전반에 걸쳐 ‘혐오감’ ‘꼴불견’ ‘잘난 척’ 같은 표현을 쓰며 노골적인 인신공격을 가했다.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지칭하며 실명만 언급하지 않았을 뿐 비난 수위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 못지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제1부부장은 17일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역겹다)’는 제목의 담화를 공개했다. 4700자가 넘는 담화문이 통째로 문 대통령 비난에 할애됐다. 그는 문 대통령의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영상메시지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제1부부장은 “자기변명과 책임 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 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두고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정신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든다”고 하는가 하면, “외세의 바짓가랑이를 놓을 수 없다고 구접스러운(너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넥타이를 매고 4·27 판문점선언 당시 연단 앞에 섰던 사실을 언급하며 “상징성과 의미는 언제와 같이 애써 부여했다는데 그 내용을 들어보면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고 비아냥거렸다.
김 제1부부장은 자신보다 30살 이상 많은 문 대통령에게 훈계를 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인이라면 이상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할 일을 결패(결기와 패기) 있게 찾아 할 줄 아는 기질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물으며 “하긴 행동보다 말을 더 잘하는 사람이 간혹 있기는 하더라”고 조롱했다.
그러면서 “항상 연단이나 촬영기, 마이크 앞에만 나서면 마치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같은 소리만 토사하고(내뱉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니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문 대통령 비난 대열에 끼어들었다. 장 부장은 “북남 관계가 총파산된 데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해서 눈썹 하나 까딱할 우리가 아니다”며 “집권기간 치적 쌓기에 몰두해온 남조선 당국자에게나 이해관계가 있는 문제이지 우리는 지금까지 무슨 득을 보려고 남측을 상대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 관영 매체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남한을 대혼란에 빠뜨렸던 ‘서울 불바다’ 발언을 다시 꺼내며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에서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져가던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겠는데 그 뒷감당을 할 준비는 돼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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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