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1번째 부동산대책인 6·17 대책은 부동산 실수요자 피해를 막기 위해 투기를 틀어막고 풍선효과를 차단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이 과정에서 정작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는 등 세심함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규제를 강화했지만 ‘현금 부자’가 받는 타격은 제한적이고 오히려 실소유자의 내 집 마련 수단이 억제됐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을 꺾지 못하면 규제를 반복해도 풍선효과와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에는 정부 6·17 대책이 서민 주거안정에 적잖은 부정적 효과를 줄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하고 일부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조치 때문에 서울에 직장을 두고 경기와 인천 등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도 주택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출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 실거주할 집의 구매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번 규제를 기점으로 집사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갭투자를 하든 달러 빚을 내든 진작에 집부터 샀어야 한다는 후회감이나 상실감이 추후의 학습 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갭투자를 잡기 위해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에 대해서도 주택 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투기지역에선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제한됐는데 이 기준이 3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경우로 확대됐다.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는 전세자금대출 없이도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정작 저가 주택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중심지역 고가아파트·다주택 보유자 규제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는데 너무 중저가까지 막아버렸다”며 “자금 되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주택시장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국 1분위(매매가격 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3억9776만원이었다.
유동자금이 풍부하고 공급은 제한된 상황에서 규제만으로 투기를 막긴 어렵다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수도권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포함된 가운데 여기에서 배제된 김포 지역은 당장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지만 정부가 규제를 발표하자마자 바로 다음 수혜지역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현상이 반복됐다는 것만으로도 유동자금이 풍부한 시장의 투기성향이 엿보인다.
반면 6·17 대책의 시장 안정 효과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갭투자가 시장 가격 상승을 부추겨온 것은 사실인데 정부가 규제 타깃을 잘 선정한 것 같다”며 “조정대상지역 확대 등의 대책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과하게 볼 수 있겠지만 대기 실수요자들은 집값이 안 올라가야 내 집 마련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