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실기평가 취소 체대도 ‘입시 고난길’

입력 2020-06-18 04:03
사진=뉴시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체대 입시생 정모(19)군은 대학 실기평가만 떠올리면 초조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전국에서 1000여명의 입시생이 모여 수능 전에 실전 경험을 익히는 ‘모의고사’ 격인 전국체육대학실기모의능력평가(모의평가)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면 취소됐기 때문이다.

정군은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제 대학 실기평가를 보러 가면 보통 2000명 이상의 입시생이 몰린다. 재수생이면 몰라도 현역은 긴장감 때문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할 가능성이 커 모의평가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자리멀리뛰기는 고작 1㎝로 대학 합격 여부가 갈리는 만큼 모의평가를 한번 치르고 대학 실기평가를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체대 입시생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매년 한두 차례만 열리는 모의평가가 모두 취소된 데다 수능 일정 연기로 수능 이후 치를 대학 실기평가를 준비할 시간도 절반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체대 입시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수능이 3주 미뤄졌는데도 막상 대학 실기평가 일정은 지난해처럼 1월 초에 잡혀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수능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실기를 준비하는 ‘시즌’ 자체가 짧아진 것이다. 이 시기에 입시생들은 매일 10시간씩 운동하면서 몸 상태를 최대한 끌어올린다고 한다.

광주에 사는 재수생 장모(20)씨는 “원래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한 달간 몸을 혹사시키고 나머지 기간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기본 패턴인데 올해는 시즌이 20일가량 줄어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수능 전 실기평가를 미리 대비하는 것도 어렵다. 수능에서 평균 2, 3등급은 받아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과마다 평가하는 실기 종목도 다르다. 예컨대 체육학과는 제자리멀리뛰기·공멀리던지기를 평가한다면 체육교육과는 제자리높이뛰기·농구의 슈팅·배구의 토스 능력을 보는 식이다. 체육교육과는 졸업만 해도 교사자격증이 나와 인기가 많지만 그만큼 수능 합격선도 높다.

장씨는 “체육교육과에 가려면 공중에서 회전 후 착지하는 체조 같은 고난도 실기평가도 통과해야 한다”며 “수능 전부터 미리 준비했다가 수능을 망치면 그야말로 낭패”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방역관리로 훈련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다는 점도 괴롭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이모(19)군은 “지난 3월부터 마스크를 쓰고 몇 시간씩 운동을 하고 있는데 조금만 해도 숨이 가빠와서 매일 빈혈 증세로 고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장모(19)군은 “코로나19로 대형 실내체육관 대관이 막히면서 학원 지하에 있는 좁은 공간에 20~30명이 모여 운동을 하고 있다”며 “지난달엔 인천 체대입시학원에서 확진자도 나왔는데 이러다 무증상 감염자라도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